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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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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거래 / 성백군
젊어서는 살기에 바빠
외모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는데
늙어 할 일이 없어지니
자주 거울 앞에 서게 되더이다
틀니에, 안경에, 검버섯 주름살 보청기
조금은 낯설기도 하여, 세월 앞에 서운합니다
평생을 동고동락했으면 이제는 친숙할 만도 하련만
저는 여전한데 나만 폭삭 늙었으니
세월 참,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서운한 마음 눈물 날 것 같은데
큰아들, 작은아들, 막내딸의 둘, 둘, 둘,
여섯 손자 손녀가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합니다’며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네요
갑자기 감정이 뒤바뀌니
슬픔인지, 기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세월이 내게 준 선물인 것만은 틀림없네요
고맙구나, 늙은 몸 가져가고
대신에 내 젊은 인자를 남겨 주었으니
이양 신세 진 것 한 가지만 더
저 아이들 다 영원에 들도록 그들의 시간을
주님 앞에서 네가 잘 관리해 주렴
부탁한다. 세월아
1412 – 07272024
*시산맥카페 회원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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