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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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등 뒤로 내리 꽂히는 눈길이 느껴지고, 설거지를 하는 발끝에 숨소리가 느껴지고, 집 안 어디서도 바짝 붙어 다니는 종종걸음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에 강아지를 입양했거든요. 한 살이 되기까지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던 아이랍니다. 그러니 마음 한구석에 늘 불안이 있나 봅니다.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집 어디에서도 눈빛은 언제나 저를 향해 있습니다.

이거 원, 제 행동반경이 완전 좁아져버렸답니다. 두 달밖에 안되었으니 새로운 환경에 아직 적응 중이겠지 싶다가도, 분리불안은 초반에 교정을 해야한다던데 하면서 유튜브를 뒤져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약이겠지 하면서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강아지 앞에 고꾸라지듯 두 손들어 항복!하고 그래 뭐 시간많은 내가 너한테 뭘 못해주겠니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생명체에서 받는 활력은 그 어떤 것보다 크네요. 생각지도 않게 제 생활 한가운데 들어와 버린(사실 입양이 갑자기 이루어졌거든요) 강아지때문에 시간의 리듬이 다 깨진 상태인데도 뭔가 모르게 즐겁습니다.
아침에 진하디 진한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는 눈도 다 뜨지 못했는데, 이제는 밤새 화장실에 못간 게 안쓰러워 깨자마자 밖에 나가게 됩니다. 청량한 아침 공기가 선물처럼 주어지니 이 또한 생각지 못했던 재미구요, 허겁지겁 밥 먹는 모습이나 기분 좋을 때 삑삑이 장난감을 물고 뛰어 다니는 이 별거 아닌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뿌듯한 만족감을 제 세포 하나하나에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사회성이 조금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은, 내 유전자를 가진 아이도 내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나오는데 강아지한테 내가 무슨 기대를 하는 건가 하는 느긋한 여유로 바뀌어 버립니다. 할머니들이 이래서 손자들을 마냥 예뻐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있죠. 옆 집 강아지랑 비교하고 기대를 가져보는 일 같은 건 할래야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친구들도 잘 못만나고 어딜 가나 ‘플러스 원’인 상황일지라도 제 마음의 한 구석이 강아지로 소복이 채워지는 기쁨이 더 커서 불편을 감수하게 됩니다. 강아지의 비어있던 마음을 제가 채워주고 있다 생각하면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 싶기도 하구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어 주는 것,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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