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한 살 더 먹은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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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더 먹은 나를 위해
연말이 되어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여늬 때와 비슷하게 수다는 챕터를 넘기듯 계속되는데, 유난히 가장 조용한 친구조차도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게 ‘나이 들면서 변한 것들’ 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것이고, 몸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만 예상치도 않게 다가오는 변화들이 낯선 건 다 마찬가지 이니까요.
얼굴이던 취향이던 다 다른 사람들이지만 저에게나 친구들에게나 ‘불면’은 공통의 변화였습니다.
조금씩 다르긴 했어요. 아예 잠 못드는 친구부터, 자다가 중간에 계속 깨거나 달콤했던 아침잠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친구까지. 예전엔 올빼미처럼 밤에는 잠이 안오고 아침엔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새벽 다섯 시만 넘으면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왜 그렇게 나이드신 분들이 새벽기도를 가는지 알겠다는 친구의 말에 다같이 웃으면서도 슬픈 얼굴이 되었답니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 선배 한 분이 ‘지금부터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라. 나이들면 가장 깨지기 쉬운 게 그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 때는 마치 나이든다는 것은 나를 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리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말과 같은 것일까요.
친구들과의 수다는 그래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30대의 내가 이 때를 예상못했듯이 시니어가 된 우리가 어찌될 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준비하자 라는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그 준비란? 질문에 다들 말문이 막힙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준비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책을 읽어서? ‘시니어 준비’라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가 주르륵 뜹니다. 노화준비, 마음준비, 은퇴 후 건강체크 등 준비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고보면 한가할 틈이 없는 것이 인생인가 싶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드는 것을 준비할 것만으로도 시간 보내기가 벅차게 느껴지니까요.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나이는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수취인 불명으로 수신을 거부할 수도, 모른 체 하기도 힘든 것이 나이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가장 빛나는 시간을 만들면서 나이듦이 고맙게 느껴지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 편해지려고 합니다.
하루만치 나이가 든 오늘도 불면의 시간이 찾아오겠지요. 아침에 일찍 눈을 떠서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게 나이듦의 고마움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연말이 되어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여늬 때와 비슷하게 수다는 챕터를 넘기듯 계속되는데, 유난히 가장 조용한 친구조차도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게 ‘나이 들면서 변한 것들’ 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것이고, 몸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만 예상치도 않게 다가오는 변화들이 낯선 건 다 마찬가지 이니까요.
얼굴이던 취향이던 다 다른 사람들이지만 저에게나 친구들에게나 ‘불면’은 공통의 변화였습니다.
조금씩 다르긴 했어요. 아예 잠 못드는 친구부터, 자다가 중간에 계속 깨거나 달콤했던 아침잠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친구까지. 예전엔 올빼미처럼 밤에는 잠이 안오고 아침엔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새벽 다섯 시만 넘으면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왜 그렇게 나이드신 분들이 새벽기도를 가는지 알겠다는 친구의 말에 다같이 웃으면서도 슬픈 얼굴이 되었답니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 선배 한 분이 ‘지금부터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라. 나이들면 가장 깨지기 쉬운 게 그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 때는 마치 나이든다는 것은 나를 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리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말과 같은 것일까요.
친구들과의 수다는 그래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30대의 내가 이 때를 예상못했듯이 시니어가 된 우리가 어찌될 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준비하자 라는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그 준비란? 질문에 다들 말문이 막힙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준비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책을 읽어서? ‘시니어 준비’라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가 주르륵 뜹니다. 노화준비, 마음준비, 은퇴 후 건강체크 등 준비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고보면 한가할 틈이 없는 것이 인생인가 싶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드는 것을 준비할 것만으로도 시간 보내기가 벅차게 느껴지니까요.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나이는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수취인 불명으로 수신을 거부할 수도, 모른 체 하기도 힘든 것이 나이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가장 빛나는 시간을 만들면서 나이듦이 고맙게 느껴지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 편해지려고 합니다.
하루만치 나이가 든 오늘도 불면의 시간이 찾아오겠지요. 아침에 일찍 눈을 떠서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게 나이듦의 고마움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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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기쁨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잠 안오는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불면의 밤을 오래 지나다보니 거꾸로 아주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게 되네요.
새벽 공기 마셔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불면의 밤을 오래 지나다보니 거꾸로 아주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게 되네요.
새벽 공기 마셔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SVK관리자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요즘에 저는 날밝는 새벽에 잠들어요..ㅠㅠ 몸에 아주 안좋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