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어떤 속도로 살고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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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에서 운전을 할 때 가장 어렵고도 신기했던 곳이 라운드 어바웃이었습니다.
그때만해도 한국에는 많지 않던 교차로 시스템이어서 한쪽 방향으로만 돌게 하는 라운드 어바웃은 처음 회전문을 통과해야 하는 어린 아이처럼 당황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끼어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어김없이 뒷 차의 원성을 들어야 하고, 잘 들어갔는데도 혹시나 들어 오는 차에 부딪히면 어떡하나 내내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떨 때는 라운드 어바웃이 없는 길을 일부러 찾아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세상에 이렇게 질서정연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교통 시스템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회전하는 차가 우선’ 이라는 원칙아래 모든 차가 리드미컬하게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에서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라운드 어바웃에서 차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일단 교차로에 도착하면 속도를 줄여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회전을 하는 차가 없으면 속도를 올려 머뭇거림 없이 진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놓여진 물건들이 흐름과 일정한 속도에 따라 움직이듯이 말이죠.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아버지는 앞 차만 봐서는 안된다, 전체의 흐름을 쫓아가야 한다고 하셨고 그 말씀은 운전 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에도 늘 방향키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도 속도를 붙여야 할 때는 가속페달을 밟아서 다른 차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살아가는 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조금 속도를 붙여야 하는 순간들이 옵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다발로 생겨 정신이 없는 경우죠. 반대로 앞 차들의 후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곳이라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줘야 합니다. 인생에서도 가끔은 브레이크가 걸리는 순간이 오곤 합니다. 그럴 때면 천천히 가야겠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바퀴는 계속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어느새 2022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여러분 인생의 속도는 어떠셨나요.
시속 50마일이면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가속페달을 밟아야 해서 눈깜짝할 사이에 몇달이 훅 하고 가버린 것 같으신가요. 아니면 힘든 일로 삶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신가요.

지나면 보이게 됩니다. 내 인생의 흐름을 쫓아 가고 있는 것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요.

글/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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