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_ 25. 흰

컨텐츠 정보

본문



 [2025년에는 12가지 색깔을 제시하고 그 색깔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제안드려봅니다.]

 희망찬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과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대한 두려움은 함께 찾아오곤 합니다. 2020년, COVID-19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전 세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 1955~)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 연주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사람들에게 ‘믿음’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Cello Suite No. 1 in G Major, Prélude by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요요마는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을 함께 풀어나가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곡을 포함한 많은 첼로 곡들을 대중에게 연주하는 ‘Songs of Comfort’라는 시리즈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는 바흐의 음악이 지닌 감정의 깊이와 정서를 통해 사람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고, 그의 연주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순간을 선사했습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은 그 자체로 고요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입니다. 특히 첫 번째 곡인 '프렐류드'는 음악적으로 깊고 투명한 선율을 담고 있어 흰색이 상징하는 순수함과 평온함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1720년대 초, 라이프치히에서 음악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썼습니다. 당시 바흐는 교회 음악을 책임지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고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고요한 아름다움은 바흐가 겪은 이런 내적인 갈등과 이를 극복하여 완성한 평화의 결실을 보여줍니다.

 요요마의 연주는 바흐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이 지닌 고요함과 평화의 메시지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것처럼 말이죠. 이 곡은 단순히 18세기의 작품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성과 고립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힘을 주고, 위안을 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5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과 위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예술을 통해 우리가 그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음악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힘든 순간에도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한해에도 음악을 통해 서로의 고독과 두려움을 다독이며, 함께 이어져 있다는 신뢰를 되새기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12 / 1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

최근글


인기글


새댓글


Stats


  • 현재 접속자 632 명
  • 오늘 방문자 8,504 명
  • 어제 방문자 10,550 명
  • 최대 방문자 14,831 명
  • 전체 회원수 1,666 명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