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며 하루하루_자연 4 : 곁을 내어줄 때
본문
동네를 걷다가 이 포도를 처음 봤을 때, 시내에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광경을 보는 게 신기했다.
알이 작은 포도송이는 머루포도처럼 까맣게 익어갔다.
꽤 달콤해 보이는데 한 알만 따먹어볼까?
그럴 용기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담장 아래로 떨어지는 까만 포도알이 아까웠다.
또 포도는 열매가 지고 나면 잎이 누렇게 돼서 떨어지던데 이 포도는 빨갛게 단풍이 드는 모습도 신기하여 부근을 지날 때마다 눈길이 갔다.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포도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남의 집 담장을 찍는 게 겸연쩍었지만 공공도로에 접한 공간이니까 이 집 주인에게 결례가 될 행동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좀더 멋지게 찍어보려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다가 눈에 들어온 건 단풍이 든 넙대대한 잎 사이에 얼기설기 공생하는 뾰족한 초록 잎들이었다. 등나무나 자스민 넝쿨인 것 같다. 꽃이 피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다.
포도나무는 담장 안쪽에 살고 자스민 넝쿨은 담장 바깥에서 잡초처럼 자라지만 두 생명체는 마치 한 식구처럼 곁을 주고 있었다.
담장을 넘어온 포도넝쿨은 자스민이 붙잡고 기어오를 트렐리스가 되어주고,
자스민은 말라서 열매와 잎을 떨구고 있는 포도에게 싱싱한 초록빛을 나누어 주고.
서로 곁을 주고 산다는 게 이런 모습은 아닌지.
포도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어설픈 점이 많은 나에게 곁을 내준 이들을 고마워하고 그리워해보았다.
그림: 곁을 주다(Winter Grapes), Watercolor on paper, 12x16 in, 2023
By Eunyoung Park
알이 작은 포도송이는 머루포도처럼 까맣게 익어갔다.
꽤 달콤해 보이는데 한 알만 따먹어볼까?
그럴 용기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담장 아래로 떨어지는 까만 포도알이 아까웠다.
또 포도는 열매가 지고 나면 잎이 누렇게 돼서 떨어지던데 이 포도는 빨갛게 단풍이 드는 모습도 신기하여 부근을 지날 때마다 눈길이 갔다.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포도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남의 집 담장을 찍는 게 겸연쩍었지만 공공도로에 접한 공간이니까 이 집 주인에게 결례가 될 행동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좀더 멋지게 찍어보려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다가 눈에 들어온 건 단풍이 든 넙대대한 잎 사이에 얼기설기 공생하는 뾰족한 초록 잎들이었다. 등나무나 자스민 넝쿨인 것 같다. 꽃이 피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다.
포도나무는 담장 안쪽에 살고 자스민 넝쿨은 담장 바깥에서 잡초처럼 자라지만 두 생명체는 마치 한 식구처럼 곁을 주고 있었다.
담장을 넘어온 포도넝쿨은 자스민이 붙잡고 기어오를 트렐리스가 되어주고,
자스민은 말라서 열매와 잎을 떨구고 있는 포도에게 싱싱한 초록빛을 나누어 주고.
서로 곁을 주고 산다는 게 이런 모습은 아닌지.
포도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어설픈 점이 많은 나에게 곁을 내준 이들을 고마워하고 그리워해보았다.
그림: 곁을 주다(Winter Grapes), Watercolor on paper, 12x16 in, 2023
By Eu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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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SVK관리자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오늘 와인한잔 하고 자야겠네요
Artlang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알고보니 저 포도가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