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생각의 스트레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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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스트레칭

윤이는 평소에 단 하루라도 집에 종일 있는 건 참을 수 없다 라고 말하던 타입이었습니다. 워낙에 매일 집밖을 나가던 그녀라 만일 ‘집순이 대회’라도 열린다면 꼴찌는 맡아놓은 당상이라 말하곤 했죠.
 
그러던 윤이가 영낙없는 집순이 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너나 나나 할 것없이 다 집순이 집돌이던 그 때,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어느 바이러스때문에 집도 동네도 나라도 다 문을 걸어잠갔던 지난 2년 동안 말입니다. 쓰레기통을 길가에 놔두러 나가는 화요일 오전이면 마음이 설렐만큼 방과 거실만 오가는 집순이 생활에 이러다 미치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본인이 집에 가만히 있는 이 생활을 너무나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그동안 매일 외출을 하지 않으면 발바닥에 가시가 돋힌다며 말하고 다녔던 자신이 낯설어짐에 또 놀랐다는 겁니다. ‘반세기를 살았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인가, 사춘기때 헛짓했네 정체성 확립하는 게 사춘기의 업적인데’ 라며 깔깔대는 그녀였습니다.

사실 누구나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여행을 가서 아주 낯선 상황 속에 생각보다 내가 순발력있게 대처를 잘 하는구나 느끼기도 하고, 아니면 그 반대이기도 하구요. 극한의 상황이 닥쳤을 때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듯 알지 못하던 내 모습이 툭 튀어나와 당황하기도 하니까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딱 정의한다는 것이 그래서 불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하는 분류도 선을 긋고 나는 이 쪽이니까 내성적, 아니면 외향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나는 이러이러하니까 못해, 나는 원래 이러니까 시작도 안해’ 라고 단정짓고 틀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들을 간혹 봅니다. 살아 온 나날들을 잘 살펴 본다면 오년 전의 나와 십년 전의 나, 지금의 내가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알게될 겁니다.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유연하게 바라 봐주면 어떨까요. 해보다가 잘 안되면 어떻습니까. 누구나 국가대표일 수는 없는 일. 시작했다는 데 일단 박수, 중도에 포기하는 용기에 또 박수, 그러다 또 다시 시작하면 더 쉬워지니까 또 박수, 이렇게 세상엔 박수받을 일 투성인 겁니다.

몸만 스트레칭하지 말고 생각도 유연하게 스트레칭해 보세요. ‘나는 이렇지만 일단 해봐야겠어’ 란 유연한 사고방식이라면 하루하루가 더 즐겁습니다.

글/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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