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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걷기 (Coyote Hills Regional Park, Bay View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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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yote Hills Regional Park, Bay View Trail

우리가 세상에 나와 첫 걸음을 걷게 되었던 그 순간, 정작 우리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게 된다. 걸음마를 시작해 아장아장 걷게 된다는 것은 아기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독립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걸음마 이후의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걷기’를 좋아하는 주변의 사람들 얘기를 듣다보면 거의 간증 수준의 에피소드들이 터져 나오곤 한다.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졌던 머릿 속이 걷다보면 어느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는 형이상학적 경험부터, 거의 사망하기 직전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혈압수치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 놀랄만큼 뚝 떨어져 걷기 신봉자가 되었다는 사람까지. 이쯤되면 걷는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에 나와 가장 잘 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상 새들 몇을 제외하고는 온 세상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존재는 사람 뿐이다. 또 사람만이 아무런 목적없이 ‘산책’이던 ‘운동’을 하려고 걷는 존재이기도 하다. 프랑스 제12대학 철학 교수이자 미셸 푸코의 연구자로 알려진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란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이란 책에서 ‘걷기’란 다양한 감정을 체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육체의 단조로운 의무는 사고를 해방시킨다’ 고 말하며 그저 앞으로 걷는 것을 통해 산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십 보 이상이면 승차’를 좌우명처럼 가지고 다니거나 어쩔 수 없는 근무환경으로 하루종일 앉아만 있게 되는 사람이 많다.

두 발로 할 수 있는 철학, 걷기를 오늘 딱 당장 시작하면 좋을 테지만, 그렇다고 매일 집 주변만 뱅뱅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 어딘가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트레일을 찾고 있다면 기분과 날씨, 또 풍경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Coyote Hills Regional Park를 추천하고 싶다.



1967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이스트베이 지역인 Newark 와 Fremont 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978에이커의 엄청난 면적을 자랑한다. 따라서 이곳에는 평평한 늪지대 사이를 걷는 Chochenyo Trail과 산등성이 위에 올라가 덤바튼 브릿지와 바다를 볼 수 있는 Nike Trail 등 다양한 트레일이 있다. 모닝뉴스가 이번 호에 소개할 트레일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생화, 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Bay View Trail.

일단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양쪽으로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넓은 초지를 만난다. 시야의 270도 쯤은 다 드넓은 평원으로 가득 찬다. 평일이라면 걱정할 일이 없지만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하지만 만약 운좋게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면 공원 입구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에 길다랗게 뻗어있는 습지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오리들은 물론, 간혹 여우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갖가지 새들의 모습에 눈이 하늘로 향한다.

산등성이와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Bay View Trail 표지판이 나온다. 방향을 틀어 걷다보면 완만한 곡선의 산등성이가 펼쳐지고, 야생화가 그득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아무런 투정을 듣지 않을 수 있을만큼 길은 고르고, 포장된 길에서는 유모차를 밀어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피크닉 벤치도 놓여있으니, 해가 뜨겁지 않은 날엔 도시락을 먹는다면 금상첨화.



포장된 길이었는데 어느 순간 흙길로 바뀐다 싶으면 거기서부터가 진짜 Bay View Trail 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산등성이 양쪽으로 나있는 길 중에 마음내키는 대로 방향을 정하면 된다. 왼쪽으로 간다면 덤바튼 브릿지가 조금 더 가깝게 보일 것이고, 오른쪽을 택한다면 바다 방향과 더 맞닿아 있다. 약간은 구불거리는 길이지만, 간혹 오가는 자전거만 조심한다면 위험하지 않고, 바닷바람을 즐기고 산등성이의 능선을 즐기는데 충분하다.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바다와 산등성이 그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여기서 비로소 ‘걷기란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란 멋진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이 트레일은 루프형태라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금 돌아오게 된다.  유료 주차장부터 3.3마일 코스이니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면 한시간 반정도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 그늘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 단점을 상쇄시킬만큼 훌륭한 풍광과 다양한 트레일이 사람들을 모으게 한다. 만약 요즘 ‘좀 걸어야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지금 당장 할 일은 GPS에 Coyote Hills Regional Park를 입력하고 걷기를 시작해보는 것이다. 처음엔 삼십 분, 한 시간으로 시작하다가 어느새 조금더 시간을 늘려가는, 그래서 걷기를 통해 사유하는 인간으로서의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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