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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at Stanfo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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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의 걸음을 따라서 걷다
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at Stanford University



바로 옆에 위치한 캔터 미술관과 비교되는 외관이었다. 누가 봐도 미술관이네, 할만한 캔터와 달리 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건물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그리고 건물에 들어가면 2층으로 향한 낮고 넓직한 계단이 우리를 맞는다.
서둘러 올라가지 말라는듯 계단 한 칸의 높이가 여느 것보다 낮아서 천천히 발걸음을 떼다보면 에아몬 오레-지론 Eamon Ore-Giron 의 <무한 회귀> 연작 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원과 그림자, 선들의 기하학적 형태가 제목과 연관지어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현대미술은 그렇다. 느닷없이 들어오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충분히 당황스러울만 하고, 많은 수를 차지하는 <무제>란 제목은 마치 우리에게 힌트마저 주지 않겠다는 예술가들의 의지표명인가 싶어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허락해 마음을 열면 예술가들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거기에 관람자의 시선이 얹혀져 현대미술 작품은 관람자마다의 고유물처럼 그렇게 또다른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예술가들은 한가지 방법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도구를 더하거나 혹은 빼서 그들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나타내기에 보는 것은 더 즐거워진다. 또 정해진 의미를 읽어내려고 애쓸 필요가 없이 다양한 읽기의 가능성이 열려있어 현대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롭고 예술가와 멀찌감치 떨어졌있던 거리는 확 좁아지기도 한다. 



앤더슨 컬렉션은 포스트워, 즉 1945년 이후의 현대미술 그것도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로 빼곡한 곳이다. 작품들을 모은 앤더슨 패밀리는 인상주의 작품들에 감명을 받아 컬렉팅을 시작했지만, 포스트워 미국미술에 전념하기로 결정하고 소유자가 아닌 ‘관리인’으로서 본인들을 명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탠포드대학 캠퍼스 안에 잭슨 폴락의 <Lucifer>, <Totem Lesson 1>을 비롯해 마크 로스코의 <Pink and White over Red>, 필립 거스튼의 <The Tale>, <The Coat Ⅱ>,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1946> 등을 만날 수 있는 정갈한 장을 만든 것이다.
전시는 2층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갤러리 벽들이 열려있는 형태라 로비에서 올라갈 때, 한 갤러리에서 다른 갤러리로 이동할 때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정해진 순서 없이 자유롭게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자신만의 도록을 만들 수 있다.

또 앤더슨 컬렉션 정원과 주변에서 영구전시 중인 멸종된 새들을 위한 기념비 <Lost Birds> 프로젝트를 만나는 것은 꽤 흥미롭다. 토드 맥 그레인 Todd McGrain이 멸종으로 내몰린 5마리의 북미 새들을 조각으로 만든 프로젝트로, 여행비둘기, 까치오리, 큰바다오리, 검은멧닭, 캐롤라이나 앵무 이렇게 다섯 종류의 멸종동물을 청동조각상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도록 했다. 한때는 뉴욕해안에서 중서부 평원에 이르기까지 북아메리카 곳곳을 누비던 새들이 왜 완전히 사라지게 됐는지 인간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대기라 느낌이 남다르다.



한가지 더 반드시 놓치지말아야 할 것은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의 거대한 철판구조물 <Sequence>(대부분 있는지 잘 모르는 작품). 캔터미술관 쪽 뒷마당으로 가보면 파란 하늘 아래 철의 단단함이 곡선으로 유연하게 표현되어 있는 무려 235톤짜리 구조물이 보인다. 12개의 철판으로 이루어진 미니멀하지만 압도적인 규모가 철판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라 말하는듯한 작품이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있는 예술가들을 만난다는 것은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흐름을 걷어내지 않아서 좋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방법들로 나만의 감상을 덧칠할 수 있으니 더 좋다. 갤러리 곳곳에 놓여진 의자에서 작품을 보고, 놓여져있는 도록도 뒤적이다가 한바퀴 돌고 다시 그 작품 앞에 서면 작가가 해주는 이야기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것이 현대미술의 매력이다. 그래서 앤더슨 컬렉션은 나날이 새롭다.


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에 캔터미술관과 나란히 있다. 한번에 두 곳을 다 관람해도 좋고, 시간을 두고 여러 번 가서 감상하는 것도 강력히 추천한다. 앤더슨 컬렉션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무료입장이지만, 온라인으로 예약을 권장하고 있다.
주소: 314 Lomita Dr. Stanford, CA 94305
홈페이지: https://anderson.stanford.edu/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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