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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뿌리를 내리다 - 테이크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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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루트 공동설립자 안미정씨(오른쪽부터), 문지선씨, 강유리씨

세 여자가 일을 꾸미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공통점이라면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로 엄마표 놀이 등을 공유했다는 것뿐. 그러다가 안미정씨가 산호세 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강유리씨, 문지선씨와 동네주민이라는 공통점이 하나 더 생겼고 이 셋은 해외이주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는 데 대단히 공감하면서 의기투합했고 일을 꾸몄다. 해외이주 여성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서로 이야기 하던 바를 안미정씨가 구체화시키면 강유리씨는 살을 붙였고 문지선씨는 이름을 정했다. 테이크루트(Take Root)는 그렇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내 정체성의 뿌리를 찾다
살려고 온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공기는 관광객 모드로 룰루랄라 왔었던 때와 사뭇 달랐다. 설렜던 마음은 시간이 가면서 부딪치고 깨져 점점 내가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안미정씨는 해외이주 여성으로서 누구나 겪는 이 막막함과 나를 잃어가고 있는듯한 상실감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 자녀가 있는 해외이주 여성을 아이만 돌보는 ‘엄마’ 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리는 순간 정체성은 사라집니다. ‘엄마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돌봄에 앞장서는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자신을 먼저 돌봐야 하거든요. 원하는 게 봉사인지, 경제적 자립인지 아니면 취미계발인지 잘 파악하는게 우선인데, 그런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나같은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가야 만날 수 있나라는 의문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테이크루트가 엄마들을 위한 단체인가 라는 물음에 안미정씨는 단호하게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 와서 위축돼 있고 양육에 치우쳐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같이 느끼고 있는 ‘여성’들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나아가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거죠.”

강유리씨 역시 한국에서 오래도록 초등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오게 되면서 쉬는데 왜 불편할까를 늘 생각했다고 한다. 교육 전문가였지만 미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국에서와 다른 관점을 필요로 했고, 경험이 없다는 것에서 무력하다고 느껴졌다. ‘나 답지 않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던 중 안미정씨를 만나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돕자고 대동단결했다는 것.


소모임 꼬모도공방의 꽃풍선클래스 수업모습

마음을 움직여 뿌리를 내리다
이들이 하는 활동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꽤 뿌리가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바였기도 하고, 세 사람이 열 몫을 하면서 꽉 찬듯한 프로그램을 쉼없이 만들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6개월에 두세 번, 저명한 강사를 초청해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여는 웨비나(Webinar)에 선행되는 북클럽은 웨비나 주제에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각자의 고민들을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도록 한다. 참석자들이 저마다 최고의 힐링타임이었다 라고 하는 통에 북클럽은 휴식없이 여름까지 계속 될 정도라고. 그러다보면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무언가를 하게 될 것 같다’ 며 본인의 정체성을 찾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며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는 소모임이 꾸려지게 된다. 이러한 순환구조가 테이크루트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각각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소모임은 이른 아침을 자기계발에 쓰는 미라클모닝, 꽃풍선을 만드는 꼬모도 공방, 이중언어 교육을 위한 엄마표 한글교육, 꽃을 만지는 블룸앤그로우 등이 있고 일반 세미나로는 부동산 상식, 도서관 이용법, PTA 참여하기 등이 계획되어 있다.

“최근 북클럽을 끝낸 한 참석자가 ‘내 마음에 작은 돌 하나가 던져졌다. 물결이 일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해서 감동이었답니다.” 강유리씨는 이러한 반응이 연년생 두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쪼개어 일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안미정씨도 마찬가지. “피아니스트로서 마음껏 여러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제 마음도 뜁니다.”
시쳇말로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말처럼 이들은 멋있는 ‘언니들’ 이었고, 세상을 같이 살아가며 보폭을 맞춰주고 주저앉으려 하면 기다려주는 든든한 언니들이었다.

글/한혜정
사진/테이크루트(www.takerootofficial.org)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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