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베이 분류
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
본문
가을 갈대 / 성백군
시집 : 동행p90
바람이 언덕을 지나가면서
아무거나 쥐고 흔듭니다
가을바람이거든요
갈대숲이 술렁입니다
머리가 하얗게 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인사를 합니다
어르신네 손끝이 차가우니
기체후 일향 만강 하시랍니다
만약
아직 머리카락이 새파랗거나
고개가 뻣뻣했더라면 허리를 팍
꺾었을 텐데
제 할 일 다 하고도 저 겸손을
아무리 저승사자라고는 하지만
어쩌지 못하겠노라고 그냥 지나갑니다
가을 갈대가 생각 없는 나에게
시를 쓰게 합니다
백발이 다 되어도 내 속 좁은 옹고집으로는
극복하지 못할 저 갈대 머리의 고개 숙인 당당함에
해마다 늦가을이면 계절병이 도져
몸살을 앓습니다
715 – 10252015
*미주시문학회 회지(제9집) 밭표
*시산맥 카페회원 추천시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