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투자 이야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ChatGPT가 사람과 비슷한 언어능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들을 통합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이를 다른 언어나 코드로 바꿀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전문 분야에 대해 전문가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적인 일반인을 뛰어넘는 지식과 언어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겨우 출시한지 5일만에 가입자 백만명이 넘었으니 1년후에는 어느 수준까지 진화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꽤 전문적인 내용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척척 번역해내고, 질문에 맞는 코드를 작성할 뿐 아니라 주어진 코드를 최적화하기도 한다. 질의에 맞게 보고서 전체 윤곽을 기획하기도 하고 세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내용을 요약한다. 심지어 소설도 쓰고 이름도 지어주며 사용자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ChatGPT가 실제로 이러한 내용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내용들을 짜깁기 형태로 재구성하고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류가 없어보이는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놀랍다.

완벽한 언어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의 탄생은 생각보다 그 여파가 매우 클 것이다. 물론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지식들을 통합 및 재구성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이고 다양한 언어의 장벽과 현실적인 제약들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딩이라는 것도 사실 사람의 생각과 논리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성장하고 진화할지 감히 예측하기 어렵다. 기존에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과정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지식을 직접 생산해내는 소수의 직종을 제외하고 교사, 기자, 번역가, 엔지니어 등 지식을 재구성하여 전달하거나 이를 서비스하는 직업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는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 참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 그리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결론적으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이른바 기존의 방식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교란 기술 (Disruptive Technology)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고 여러 산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마주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과거 로마시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로마제국의 팽창이 멈추고 평화로운 시대가 자리를 잡자 대부분의 군인들의 일거리가 사라졌다. 로마로 돌아온 군인들은 평범한 시민이 되었고 음식과 시간을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 폭동이나 반란을 우려했던 로마제국은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빵을 제공했고 무료한 시간들을 달래기 위해 공중 목욕과 콜로세움 검투사 전투라는 오락을 제공했다.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져버린다면 어쩌면 로마시대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소득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까? 긍정적으로 보자면 더 이상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마치 모든 사람이 은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내가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만드는 주체는 아마도 독점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노동수입이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시대에 내가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른바 자본소득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취미 생활과 함께 투자자로 살아가는 삶이다. 현명한 투자자의 삶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ChatGPT에게 현명한 투자에 대해 물었더니 꽤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는 것을 보니 인공지능에게도 투자는 어려운가보다. 아니다. 자신의 투자 목표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