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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濫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무려 6,300km의 길이를 자랑하는 중국의 거대한 양쯔강의 원류를 찾아가 보면 티벳 고원에 있는, 겨우 술잔을 채울만한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엄청나게 대단해보이는 것들도 사실 그 원류와 시작을 살펴보면 매우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의 탄생도 이러한 남상의 원리가 관통한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거나 지인에서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이 탄생한 것은 사실 약 50여년전의 일이다. 최초의 디지털 사진 기술은 1975년에 코닥에서 개발되었는데 엄청난 부피와 비싼 가격, 그리고 0.01MB의 초라한 해상도(100x100)를 가지고 있었다. 고작 흑백 사진 한 장을 촬영하고 저장하는데 23초나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디지털 사진 기술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흔해지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만에 하나 디지털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사진 필름 사업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디지털 사진 기술을 개발한 코닥은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 상용화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후 눈부신 반도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사진 기술은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결국 코닥은 이러한 변화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코닥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술은 서로 융합되고 맞물리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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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두가지 요소가 씨줄과 날줄처럼 맞물리면서 자본주의가 성장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번째 요소는 회사가 망할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거대 자본을 모을 수 있는 '주식 회사'라는 제도였고 두번째 요소는 '새로운 혁신 기술'의 탄생과 함께 이를 성공적으로 상업화 시킨 주인공 기업들이었다. 주식 발행을 통해 모아진 자본은 새로운 기술 개발의 연료로 투입 되었고 혁신적인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혁신 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했다. 한마디로 새로운 기술은 자본을 통해 성장하고 그렇게 성장한 기술은 다시 새로운 자본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먹임 구조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과 기술은 분리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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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모든 새로운 기술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우는 피터 디아만디스는 이를 '디지털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디지털에 기반한 기술들이 다른 기술과 융합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거나 거의 무료화 되면서 결국 상용화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과거 인터넷 기술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고 컴퓨터, 휴대폰 및 스마트폰이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결국 새로운 혁신 기술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빨리 비용을 낮추는가?' 혹은 '생산성을 얼마나 획기적으로 개선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쉽게 상용화 되지 않았던 것은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비용이 지나치게 너무 비싸거나 비용 대비 효용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이미 개발된 기술들이었지만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기술과 자본이 만나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독점적인 혁신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들이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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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최근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하여 에너지 저장 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로보틱스 기술이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Open AI의 ChatGPT를 포함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본격적인 상용화 경쟁이 가속되면서 그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 자체보다 어떤 분야의 서비스를 얼마나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 자체는 일종의 컴퓨팅 파워 인프라 경쟁 및 데이터 경쟁 구도가 되었기 때문에 덩치가 큰 빅테크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공지능 시장이 성장할수록 서비스 응용 분야와 함께 GPU, NPU와 같은 반도체 인프라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에너지저장 기술은 향후 심각한 기후 변화 문제와 맞물려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술 자체만으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 지능을 이용하여 도전할 것이고 거기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향후 선진국들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센서에서 얻어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솔루션들이 이미 등장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제조업과 같은 공장 뿐 아니라 자율 주행 기술을 장착한 로보 택시 서비스도 수년안에 등장할 전망이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융합 기술로 다른 기술과 맞물리게 되면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지금부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신중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10년후의 변화는 우리가 지난 10년간 경험했던 변화와는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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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기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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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전 속도도 따라가기 힘든데 빠른 속도의 10년 낙오 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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