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에 입문하고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본문
올해로 토니 스타크한테 인생이 저당잡힌지 어언 14년이 됐다. 그 때 그 시절, 인터넷에 아이언맨을 검색해보면 마블 코믹스 팬들이 떡밥을 속속들이 찾아내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걸 보면서 ‘저런 너드는 되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난 지금… 토니가 그의 인공지능 자비스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인상깊게 본 친구는 웹 개발자가 되었고, 분명 그 옆에서 같은 영화를 본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저런 너드’가 되어있었다.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운 코믹북을 끌어안고 말이다.
왜 코믹스를 읽어? 누가 물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아지는 마블 영화들과 점점 버거워지는 숫자의 드라마를 보면서 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냥 좋아했고, 궁금했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건 뭐든지 더 알고싶지 않은가? 그래서 큰 맘 먹고 집 주변 코믹북 가게를 찾아갔더니 도움이 되긴 커녕 막막했던 머리가 더욱 막막해졌다. 이 많은 책들중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뭔 놈의 캡틴 아메리카는 책이 두 개나 있는지. 진열되어 있는건 아이언맨 16권이라 되어있는데, 그럼 1권은 어딨는거지? 난 그냥 토니의 얼굴을 보고싶었던건데!
내가 뭘 사고 싶어하는건지조차 깨닫는 데에 몇 달이 걸렸다. 나와 같은 사람의 혼돈기를 줄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자… DON’T PANIC!
먼저 할 일은 집 근처 코믹북 가게를 찾아보는 것이다. 물론 이베이 등의 온라인 마켓으로 찾아보는 것이 더 편할수도 있지만, 배송비와 수수료를 떼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 만약 집 근처 코믹북 가게가 어두침침하고 혼잡하더라도 놀라지 마라! 너드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기 장르 뉴비이다. 만약 들어가서 코믹북에 입문하려 한다고 말을 꺼내면 신나서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Treasure Island Comics와 Chris’s Comics를 자주 다닌다. Treasure Island Comics는 깔끔해서 좋은데 영업시간이 며칠 되지 않는다. Chris’s Comics는 거의 매일 열지만 조금 어수선하고 좁다. 두 가게 모두 너드들에게 굉장히 친절하다.
가게에 들어갔다고 치자. 보고싶은 코믹북 시리즈도 골랐다. 그럼 이제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되지? 산 넘어 산이다. 특히 마블이나 디씨같은 회사들은 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50년간 그려오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 맨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나?
일단 진정하고… 이 중에 원하는 것을 고르자.
그림, 스토리, 캐릭터, 미래 가치 (투자)
스토리가 궁금했다면… 얇은 코믹북은 일단 놓아두고, Trade Paperback은 어딨냐고 물어보자! TP란 지금까지 나왔던 이슈들을 4-6권씩 묶어서 모음집을 만든 건데, 이게 훨씬 찾기도 쉽고 경제적이다. 앞뒤에 코멘트가 실려있는 경우도 있으니 영화볼때 Director’s commentary 켜놓고 보는 사람들한테도 추천이다. 이게 싫다면, 사실 아무 책이나 잡아서 시작해도 좋다. 맨 앞 장에는 항상 지금까지의 줄거리가 설명되어있기 때문.
멋있는 그림을 보고싶다면… 아무 책이나 잡아서 넘겨보자! 그리고 표지에 속지 말자! 표지와 내용이 그림체가 다를 수도 있다. 사실 자주 그런다! 마음에 드는 그림체를 발견했다면, 표지에 쓰여있는 이름 중 두 번째 이름에 주목하자. 이게 바로 그림작가의 이름이다. (첫 번째는 스토리작가, 세번째는 컬러리스트다.) 이 사람 이름을 검색하면 무슨 작품을 그렸는지 목록이 쭉 나올 것이다! (너드들은 목록 만드는걸 좋아한다.) 그럼 이제 그 책들을 찾아서 돌아다니면 된다.
캐릭터가 좋다면… 난이도 복불복이다!. 일단 그 캐릭터 이름을 달고있는 시리즈부터 시작하고, 부족하다면 인터넷이든 가게 사장이든 붙잡고 또 어느 책을 봐야 얘가 나오냐고 물어보자. 역시, 표지에 속지 말자!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같은 캐릭터들은 자기 이름을 단 시리즈가 여러개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시작을 하고,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따라가자. 이쪽도 Trade paperback을 훑어보는 것도 추천이다.
Follow up question: 표지는 왜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 Variant Cover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인데 다른 옷을 입혀주는거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거나, 1 혹은 100번 이슈와 같은 특별한 책에는 이런 Variant들이 많을수도 있다. 또, 1:10 혹은 1:50같은 ratio variant들도 존재하는데, 코믹북 가게가 일반 ‘A 표지’를 10권, 50권 주문하면 딱 한 권씩 딸려오는 특별한 variant이다. 이들은 더 희귀하기 때문에 보통 더 비싸게 팔린다. 내용은 하나도 다를 게 없으니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 하나만 골라서 사도 되지만, 이런 variant 별로 모으는 재미도 있다. 쉽게 말해 상술이다.
데어데블(2022) 1권의 Variant cover들이다! 사실 이거보다 훨씬 더 많다!
투자를 하고 싶다면… 여기서부터 조금 더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이슈를 찾는게 가치가 가장 높은거라 생각하지만, 뭐… 생각하는 사람 나름이다. 되팔때 가치가 높은 코믹북들은 여러가지 기준이 있는데, 막 입문하는 초보가 눈치채기 쉬운 기준은 이렇다. 각 시리즈의 1번 이슈. First edition/print. Variant 표지. 가격이 몇 cent 기준으로 내려가는 옛날 코믹스들. 이는 정말 파면 팔수록 길어지니 알아서 찾아보길 바란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도움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드들은 목록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일단 여기서 끊는다. 파면 팔수록 뭐가 더 나오는 장르답게 설명글도 쓰면 쓸수록 써야되는게 늘어난다.
왜 코믹스를 읽어? 누가 물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아지는 마블 영화들과 점점 버거워지는 숫자의 드라마를 보면서 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냥 좋아했고, 궁금했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건 뭐든지 더 알고싶지 않은가? 그래서 큰 맘 먹고 집 주변 코믹북 가게를 찾아갔더니 도움이 되긴 커녕 막막했던 머리가 더욱 막막해졌다. 이 많은 책들중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뭔 놈의 캡틴 아메리카는 책이 두 개나 있는지. 진열되어 있는건 아이언맨 16권이라 되어있는데, 그럼 1권은 어딨는거지? 난 그냥 토니의 얼굴을 보고싶었던건데!
내가 뭘 사고 싶어하는건지조차 깨닫는 데에 몇 달이 걸렸다. 나와 같은 사람의 혼돈기를 줄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자… DON’T PANIC!
먼저 할 일은 집 근처 코믹북 가게를 찾아보는 것이다. 물론 이베이 등의 온라인 마켓으로 찾아보는 것이 더 편할수도 있지만, 배송비와 수수료를 떼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 만약 집 근처 코믹북 가게가 어두침침하고 혼잡하더라도 놀라지 마라! 너드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기 장르 뉴비이다. 만약 들어가서 코믹북에 입문하려 한다고 말을 꺼내면 신나서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Treasure Island Comics와 Chris’s Comics를 자주 다닌다. Treasure Island Comics는 깔끔해서 좋은데 영업시간이 며칠 되지 않는다. Chris’s Comics는 거의 매일 열지만 조금 어수선하고 좁다. 두 가게 모두 너드들에게 굉장히 친절하다.
가게에 들어갔다고 치자. 보고싶은 코믹북 시리즈도 골랐다. 그럼 이제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되지? 산 넘어 산이다. 특히 마블이나 디씨같은 회사들은 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50년간 그려오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 맨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나?
일단 진정하고… 이 중에 원하는 것을 고르자.
그림, 스토리, 캐릭터, 미래 가치 (투자)
스토리가 궁금했다면… 얇은 코믹북은 일단 놓아두고, Trade Paperback은 어딨냐고 물어보자! TP란 지금까지 나왔던 이슈들을 4-6권씩 묶어서 모음집을 만든 건데, 이게 훨씬 찾기도 쉽고 경제적이다. 앞뒤에 코멘트가 실려있는 경우도 있으니 영화볼때 Director’s commentary 켜놓고 보는 사람들한테도 추천이다. 이게 싫다면, 사실 아무 책이나 잡아서 시작해도 좋다. 맨 앞 장에는 항상 지금까지의 줄거리가 설명되어있기 때문.
멋있는 그림을 보고싶다면… 아무 책이나 잡아서 넘겨보자! 그리고 표지에 속지 말자! 표지와 내용이 그림체가 다를 수도 있다. 사실 자주 그런다! 마음에 드는 그림체를 발견했다면, 표지에 쓰여있는 이름 중 두 번째 이름에 주목하자. 이게 바로 그림작가의 이름이다. (첫 번째는 스토리작가, 세번째는 컬러리스트다.) 이 사람 이름을 검색하면 무슨 작품을 그렸는지 목록이 쭉 나올 것이다! (너드들은 목록 만드는걸 좋아한다.) 그럼 이제 그 책들을 찾아서 돌아다니면 된다.
캐릭터가 좋다면… 난이도 복불복이다!. 일단 그 캐릭터 이름을 달고있는 시리즈부터 시작하고, 부족하다면 인터넷이든 가게 사장이든 붙잡고 또 어느 책을 봐야 얘가 나오냐고 물어보자. 역시, 표지에 속지 말자!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같은 캐릭터들은 자기 이름을 단 시리즈가 여러개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시작을 하고,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따라가자. 이쪽도 Trade paperback을 훑어보는 것도 추천이다.
Follow up question: 표지는 왜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 Variant Cover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인데 다른 옷을 입혀주는거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거나, 1 혹은 100번 이슈와 같은 특별한 책에는 이런 Variant들이 많을수도 있다. 또, 1:10 혹은 1:50같은 ratio variant들도 존재하는데, 코믹북 가게가 일반 ‘A 표지’를 10권, 50권 주문하면 딱 한 권씩 딸려오는 특별한 variant이다. 이들은 더 희귀하기 때문에 보통 더 비싸게 팔린다. 내용은 하나도 다를 게 없으니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 하나만 골라서 사도 되지만, 이런 variant 별로 모으는 재미도 있다. 쉽게 말해 상술이다.
데어데블(2022) 1권의 Variant cover들이다! 사실 이거보다 훨씬 더 많다!
투자를 하고 싶다면… 여기서부터 조금 더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이슈를 찾는게 가치가 가장 높은거라 생각하지만, 뭐… 생각하는 사람 나름이다. 되팔때 가치가 높은 코믹북들은 여러가지 기준이 있는데, 막 입문하는 초보가 눈치채기 쉬운 기준은 이렇다. 각 시리즈의 1번 이슈. First edition/print. Variant 표지. 가격이 몇 cent 기준으로 내려가는 옛날 코믹스들. 이는 정말 파면 팔수록 길어지니 알아서 찾아보길 바란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도움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드들은 목록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일단 여기서 끊는다. 파면 팔수록 뭐가 더 나오는 장르답게 설명글도 쓰면 쓸수록 써야되는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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