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 방학맞이 조바심 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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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을 보셨나요.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 10분 만에 죽어버리고(의식불명으로 진행되긴 하지만요)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색다름이 상당히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주인공 ‘조(Joe)’와 절대로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영혼 22’의 인생 궤적이 한 시점에서 만났다가 갈라지게 되는 이 영화를 방학 중에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전전긍긍할 부모님에게 꼭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먼저 한국어 더빙판 <소울> 엔딩 크레딧에 들어간 가수 이 적의 노래부터 들어보세요. 그 역시 이 영화를 보고 울림이 커서 ‘쉼표’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사가 절묘합니다. ‘꿈꾼다는 건 좋은 거라는데 부디 잠깐만 날 좀 내버려둬 달라’ 고 하며 ‘어쩌면 헛된 걸 좇듯이 허겁지겁 달려온 그날들’에 대한 쉼표가 필요하다고 노래합니다.

어떠신가요.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다, 목표가 없더라도 삶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의 일에는 이렇게 말하며 영혼없이 끄덕이다가도 막상 내 아이, 우리 식구의 문제가 됐을 때는  꿈을 가지고 목표를 세우고 앞을 향해 달려가라 은근히 압박을 넣지는 않았던가요.

남들을 보면 때때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수정을 해가며 거기에 맞게 착착 잘도 이루어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에 비해 내 아이는 꿈이 뭐냐 물으면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오고 열정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뒤쳐지면 안되는데, 앞서가도 모자랄 판인데 너무나 초조해집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보통 일년 중에 여름방학이 피크입니다.

부디 여름방학을 ‘이래야만 한다’는 대전제를 부모님 혼자 만들어 놓고 아이까지 초조함의 대열에 참가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목적이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조바심을 다독거려 보세요.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부모님의 조바심을 그대로 다 느낍니다. 우리 아이는 왜 꿈이 없을까, 눈빛에 근심을 담지 마세요. 아이들은 표정과 눈빛에서 드러나는 부모님의 마음을 토대로 본인의 자긍심을 만들어 나갑니다.
꿈이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면 정면돌파 하지 않고 돌아가면 됩니다. 돌아가는 와중에 훨씬 더 많은 일을 겪으며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나중에 재산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소울>에서 영혼22가 ‘삶의 목적’을 찾았기 때문에 지구로 가는 티켓을 받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비로소 지구로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본인들이 직접 깨달을 수 있도록, 그것이 꿈이든 혹은 꿈이 아닐지라도 경험하는 소중함을 가지게 해주세요. 그리고 부모님은 조바심 내지말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저 옆에 계셔 주시면 됩니다. 깨달음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아이들의 삶은 충만함으로 가득 하게 될 것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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