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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제 MBTI는 카멜레온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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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MBTI는 카멜레온같아서요

얼마 전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소개팅을 하기 전에 MBTI 유형을 미리 맞춰본다는 CNN 기사였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나와 맞는 타입의 사람과 만남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MBTI 유형을 아시나요.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나타내는 알파벳 조합은 제 것도 외우기 힘들던데, 요즘은 16가지 타입의 특징을 줄줄 말하면서 비교까지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사실 이런 분류가 완전 처음은 아니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항상 궁금한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니까요.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어 판단하는 게 유행일 때는 애꿎은 B형 남자분들이 도매급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별자리도 있었고, 심리검사도 많았는데 요즘은 MBTI가 대세 중의 대세입니다. 스포티파이Spotify 플레이리스트와 데이팅앱에 MBTI가 분류되어 있구요, 어떤 맥주업체에서는 16가지 알파벳을 표시한 캔맥주도 만들었다네요(이건 한번에 네 개씩 사야하니 판매에 도움이 될 건 확실합니다).

그래도 데이트 상대를 찾을 때 아예 성격 유형을 맞추고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시대를 지나는 우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예측 가능성을 얻으려는 심리가 이런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염병이 우리를 오래도록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으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옛날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사람인지 맞춰보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또 소속감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불안도가 높아진 요즘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기댈 무언가가 필요하고, ‘나는 T 타입이니 이렇게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격유형을 알아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고착화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나는 이런 타입이니 이럴 수 밖에’ 라고 유형의 틀에 넣어 버리는 것이죠. 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니다 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시대와 상황에 맞춰 변화해나가는 ‘유연성’을 가져야 일명 ‘꼰대’에서 벗어나게 되는 겁니다.

사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아주 내향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자 외향적으로 변하는 것도 많이 보곤 합니다. MBTI 결과에 과몰입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성격은 총천연색같아서 빛과 어둠이 끼어듬에 따라 단지 열여섯 가지가 아니라 수천, 수만가지일 거란 생각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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