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나만빼고 다 행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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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란 말은 사람을 참 작아지게 만듭니다.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다’ 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힘이 빠지고 나만 저멀리 딴세상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요즘 나온 신조어가 하나 있습니다. ‘카페인 우울증’ 이란 말입니다. 커피의 카페인이 아니구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첫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우울증이 소셜미디어때문에 생긴다는 의미인 거죠.

선배 한 분이 그러더라구요. 옛날에는 한 달에 한 번쯤만 동창회에 가서 들을 얘기들을 요즘엔 매일, 매 시간마다 듣고 있는 기분이라구요. 소셜미디어를 여는 순간부터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즐겁고 행복하고 여유있고 걱정할 거리 하나 없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집에만 있는 사람은 없구요, 다 좋은 곳에 놀러 가 있고, 아이들은 다 원하는 대로 크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가 소셜미디어에 안좋은 이야기, 누가 들으면 부끄러울 이야기를 올리고 싶을까요. 누구나 보여주고 싶은 모습, 자랑하고 싶은 순간들을 약간의 겸손을 포장해서 공감을 얻고자 하는 거죠. 그런 심리를 다 알고 보는데도 상대적으로 박탈감도 느끼고 불행해지기도 하는 우리는 약해빠진 사람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완벽해보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여러 사람들을 우리는 미디어에서 많이 보면서도 순간순간 그 허세에 넘어가기도 하니까요.

과시적인 소셜미디어에 속지 마세요. 감정 변화를 시시각각 업데이트 하는 사람일수록 기분변화가 심하다는 불길한 징조일 수 있습니다. 소통의 수단일 뿐인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공감을 갈구할 필요는 없고, 상대적인 느낌으로 오히려 더 외로워지지 않도록 단단한 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답니다. 소통을 잘 한다면 ‘나만 빼고’가 아니라 ‘나같은 여러 사람들’ 의 무리 안에서 좋은 영향을 받기도 하구요, 많은 정보가 있는 곳이니 영감을 받고 좋은 자극을 받아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으로 쓰는 친구를 보니 엄지척이 절로 나오더군요.

어떻게 쓰느냐는 나 자신의 몫입니다. 중심을 잘 잡는다면 어떤 허세에도 휘둘리지 않을 겁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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