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 - 입춘대길(立春大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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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는 지난 1월20일, 2022년의 마지막24번째 절기인 대한(大寒)을 지나 2023년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계절의 시작, 봄에 들어서는 날을 뜻하는 입춘은 올해 2월 4일로 이후 약 15일간이 입춘기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입춘의 일반적인 행사로 한 해의 길운(吉運)을 기원하며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축'을 붙입니다. 이때 대표적인 입춘축이 바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입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이렇듯 절기와 시기에 맞춰 매년 이어오는 행사들은 한 지역과 국가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요 음악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24년 일제 강점기 시절에 우리말 노래를 지어 아이들이 부를 수 있도록 한 윤극영 선생의 '반달'과 '설날'도 오늘날 특정 절기와 시기에 떠오르는 전통으로 자리 잡은 고운 우리말 노래입니다.

반달 (1924)
1.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2.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 구름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설날 (1924)
1.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2. 우리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 우리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아동문학가이자 동요 작사 및 작곡가였던 윤극영 선생은 살아생전 반달 할아버지라고 불리셨습니다. 1903년에 태어나 1988년 서거하시기까지 어린이와 함께 어린이를 위한 세상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셨던 윤극영 선생은 소파 방정환 선생과 함께 색동회를 탄생시키고 다양하게 불렸던 아동관련 명칭을 '어린이'로 통일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린이 날" 제정에도 큰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윤극영 선생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동요를 작곡하는 일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심문화" 강연에도 앞장섰습니다.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 강연은 메마르고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동심을 잃어가는 어른들을 향한 간곡한 부탁이자 외침이었습니다. 윤극영 선생은 아이와 같은 마음을 되찾음으로써 사회가 더욱 맑고 깨끗해질 수 있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입에 담기는 윤극영 선생의 동요 가사 하나하나는 되뇌어 볼수록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정취가 동요 곳곳에 깃들어서인지 오늘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실리콘밸리한국어린이합창단의 어린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만 4세 ~ 만 9세 이중언어 아이들입니다. 평소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이 아이들도 '설날' 노래를 할 때면 언제나 싱글벙글입니다. '설날' 노래 특유의 밝고 경쾌한 박자와 흥겨운 말리듬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한국어 가사를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 2세 어린이들에게 '댕기'와 '저고리', '세배'를 설명해 주기에도 안성맞춤이고요.
이번 한 주, 입춘을 앞두고 봄의 시작을 준비하시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전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랜 세월 사랑 받아 온 동요를 불러보며 어린이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안미정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pianist_mom_sylvia_
pianistmom.sylv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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