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 - 입하(立夏)
본문
다가오는 2023년 05월 06일은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 입하(立夏)입니다.
여름이 드는 이 날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를 말하며 푸르름이 절정으로 향하는 만큼 잡초까지 많아져서 다양한 농경관련 작업들이 행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을 품고 있어 관계의 푸르름이 절정에 이르도록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행사가 많아서 바쁘고 또 특별한 이 시기를 잘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숙면입니다. 큰 일교차로 평소보다 피로감이 배로 누적될 수 밖에 없는 입하에는 어른이든 아이든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꼭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숙면인데요 이는 충분히 잠을 자는 동안 지친 몸과 뇌가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방법들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자장가 lullaby’를 듣는 것입니다. 느리고, 부드럽고, 또 반복적인 음악은 듣는 사람의 심장 박동수를 늦추고 더 차분하고 깊은 호흡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자장가 효과는 태어나기 전 뱃속의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며 특히 숙면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장가는 특정 악기음악만이 아닌 노래하는 목소리를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자장가 Lullaby’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이 영어 단어는 양육자가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내는 라라(Lala) 또는 룰루(Lulu)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Bye 라는 달래는 소리 혹은 잘자라고 말하는 용어가 합쳐졌다는 설이 강력하죠.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며 모든 언어로 불려지는 자장가의 혜택은 음악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온 세상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검색도 쉽고 다양한 악기 조합의 음원을 찾아 듣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죠.
그렇다면 수백년전 사람들은 숙면이 필요한 경우 어떻게 자장가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녹음기술이 없었던 당시에는 직접 자장가를 노래하거나 연주해줄 사람을 고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 백작의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작곡된 아주 유명한 곡이 존재합니다. 바로 독일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the Goldberg Variations, BWV 988’이 그것입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초상화 (출처:위키피디아)>
바흐는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던 요한 고틀립 골드베르크 (Johann Gottlieb Goldberg, 1727-1756)의 부탁으로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골드베르크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Kaiserling 백작의 개인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는데 백작이 잠을 못 이룰 때마다 하프시코드를 연주했으며 바흐에게 의뢰한 이 곡도 백작의 불면증 해소를 위한 연주를 위해서였습니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이 이야기가 적어도 작품의 기원을 설명하기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742년 작곡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곡 자체로 바흐의 작곡기법을 총 망라하는 기념비적인 곡입니다. 담백하면서도 장중한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곡을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구성의 이 곡은 총 연주길이가 50분에 달합니다. 또한 각 변주곡에 사용된 작곡기법과 그 관계들 속에서 발견되는 바흐의 주옥같은 아이디어들은 음악전문가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저 누군가의 자장가로 연주된 곡으로 기억되기에는 그 의의가 너무나 방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내용이 방대한 것부터 라라 혹은 루루라고 되뇌여진 것까지 자장가에 속하는 작품의 범위는 참 넓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우리의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겠지요. 몸과 마음의 체력 모두가 필요한 시기, 입하가 곧 찾아옵니다. 화창하고 푸른 5월을 만끽하기 위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으며 숙면하시기를 바랍니다.
안미정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pianist_mom_sylvia_
pianistmom.sylvia@gmail.com
여름이 드는 이 날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를 말하며 푸르름이 절정으로 향하는 만큼 잡초까지 많아져서 다양한 농경관련 작업들이 행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을 품고 있어 관계의 푸르름이 절정에 이르도록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행사가 많아서 바쁘고 또 특별한 이 시기를 잘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숙면입니다. 큰 일교차로 평소보다 피로감이 배로 누적될 수 밖에 없는 입하에는 어른이든 아이든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꼭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숙면인데요 이는 충분히 잠을 자는 동안 지친 몸과 뇌가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방법들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자장가 lullaby’를 듣는 것입니다. 느리고, 부드럽고, 또 반복적인 음악은 듣는 사람의 심장 박동수를 늦추고 더 차분하고 깊은 호흡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자장가 효과는 태어나기 전 뱃속의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며 특히 숙면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장가는 특정 악기음악만이 아닌 노래하는 목소리를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자장가 Lullaby’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이 영어 단어는 양육자가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내는 라라(Lala) 또는 룰루(Lulu)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Bye 라는 달래는 소리 혹은 잘자라고 말하는 용어가 합쳐졌다는 설이 강력하죠.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며 모든 언어로 불려지는 자장가의 혜택은 음악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온 세상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검색도 쉽고 다양한 악기 조합의 음원을 찾아 듣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죠.
그렇다면 수백년전 사람들은 숙면이 필요한 경우 어떻게 자장가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녹음기술이 없었던 당시에는 직접 자장가를 노래하거나 연주해줄 사람을 고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 백작의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작곡된 아주 유명한 곡이 존재합니다. 바로 독일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the Goldberg Variations, BWV 988’이 그것입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초상화 (출처:위키피디아)>
바흐는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던 요한 고틀립 골드베르크 (Johann Gottlieb Goldberg, 1727-1756)의 부탁으로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골드베르크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Kaiserling 백작의 개인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는데 백작이 잠을 못 이룰 때마다 하프시코드를 연주했으며 바흐에게 의뢰한 이 곡도 백작의 불면증 해소를 위한 연주를 위해서였습니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이 이야기가 적어도 작품의 기원을 설명하기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742년 작곡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곡 자체로 바흐의 작곡기법을 총 망라하는 기념비적인 곡입니다. 담백하면서도 장중한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곡을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구성의 이 곡은 총 연주길이가 50분에 달합니다. 또한 각 변주곡에 사용된 작곡기법과 그 관계들 속에서 발견되는 바흐의 주옥같은 아이디어들은 음악전문가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저 누군가의 자장가로 연주된 곡으로 기억되기에는 그 의의가 너무나 방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내용이 방대한 것부터 라라 혹은 루루라고 되뇌여진 것까지 자장가에 속하는 작품의 범위는 참 넓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우리의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겠지요. 몸과 마음의 체력 모두가 필요한 시기, 입하가 곧 찾아옵니다. 화창하고 푸른 5월을 만끽하기 위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으며 숙면하시기를 바랍니다.
안미정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pianist_mom_sylvia_
pianistmom.sylv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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