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유지윤의 On the Radio_What Was I Made For - Billie Ei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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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as I Made For - Billie Eilish



2024년 제 66회 그래미 어워드가 막을 내렸다. 올해의 노래는 영화 <바비(Barbie)>의 사운드트랙 수록곡이기도 한 Billie Eilish의 What Was I Made For에게로 돌아갔다.



I used to float, now I just fall down. 한때는 날아다녔는데, 이젠 추락하기만 하네.
I used to know, but I’m not sure now.  한때는 잘 알았는데, 이젠 잘 모르겠네.

시작하는 노랫말부터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느끼지만, 또 누구나 다 나만 이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잘 모르겠는” 씁쓸한 마음이 빌리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생생하게 만져진다.

What Was I Made For ‘나는 뭘 위해 만들어졌을까’. Made for는 ‘태어난/존재하는’으로 의역해도 좋겠지만, 바비 인형의 의미를 살려서 ‘만들어진’으로 직역해도 괜찮아 보인다. 나중에 나오는 “I’m sad again, don’t tell my boyfriend. It’s not what he’s made for.”라는 가사의 made for는 좀 더 까다롭다. “나 또 슬퍼, 남친한텐 말하지 마. 걔가 (그런 걸 들으라고) 여기 있는 건 아니잖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아니 이해받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슬픔이 짙게 묻어난다. (전체 가사를 음미하려면 이 버전으로 감상해 보자.)


절망감(hopelessness)과 실존적 불안(existential dread)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는 말에 곁들였던 아일리시의 2024년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수상 소감도 인상 깊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분들께 자신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I just want to say to anyone that feels that way, be patient with yourself and know that it is, I think, worth it all.”

이 노래를 들으며 떠올랐던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시를 소개해 본다.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 황금이라고 모두 반짝이진 않으며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 방황한다고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The old that is strong does not wither, / 오래됐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
Deep roots are not reached by the frost. / 깊은 뿌리엔 서리가 닿지 못한다.
From the ashes a fire shall be woken, / 잿더미에서 새로이 불씨가 일고,
A light from the shadows shall spring; / 그림자에서 빛이 솟으리라.
Renewed shall be blade that was broken, / 부러진 칼날은 다시 벼려지고,
The crownless again shall be king. / 왕관을 잃은 자 다시 왕이 되리라.


**유지윤
한때 라디오 PD.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이주 여성의 커리어 계발을 돕는 심플스텝스의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는 워킹맘이다. 역서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앞으로 100년>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공역) 등이 있다.
브런치 https://brunch.co.kr/@unijereve, 블로그 https://unijereve.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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