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박하얀 변호사 칼럼_ 배우자가 아프면 트러스트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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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아프면 트러스트는 어떻게 되나?

부부가 만든 취소 가능한 리빙트러스트는 부부의 동의 하에 트러스트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트러스트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어멘드먼트(amendment)이라고 부르는데, 트러스트를 처음 만들 때 뿐아니라 수정할 때도 트러스트의 주인 즉 트러스터 (Trustor)가 온전한 정신이어야한다.  즉, 부부 두 사람이 누군가에게 재산을 어떻게 상속하겠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 상태여야 트러스트를 만들 수 있으며 수정도 가능하다. 요즘 백세시대가 되면서,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오랫동안 아프거나 혹은 치매가 생기는 경우 등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김철수 씨와 김영희 씨가 부부 공동 트러스트를 만든 후 김철수 씨가 치매가 걸렸다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김철수 씨의 치매가 심각한 상태라면 김영희 씨는 주로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혹시 김철수씨의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들지 않을런지? 혹은 김철수 씨보다 김영희 씨가 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게 된다면 트러스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캘리포니아는 부부공동재산 제도를 따르는 주다. 따라서 아무리 배우자 한 명이 진 빚이라고 할지라도 부부의 공동책임이 따른다. 배우자가 아프면서 갑자기 부부공동 트러스트에서 재산을 빼고, 아프지 않은 배우자의 이름으로 부동산 혹은 재산 명의 이전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이는 아픈 배우자의 재산만 채권자가 가져갈 수 있다는 오해에서 발생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혹은 공동재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주에서는  병치레를 오래한 배우자를 보낸 후 남은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배우자의 병원비를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트러스트를 만들 때 캘리포니아에서 요구하는 피상속자 혹은 트러스터의 정신상태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기준이 낮다. 즉, 적어도 상속사항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이조차 힘들 정도로 아프다면 아무리 배우자라도 혼자서 트러스트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김철수 씨가 치매인데 배우자인 김영희 씨가 부부 공동트러스트의 내용을 바꾸고 싶다면 김철수 씨의 치매가 심각한 경우에는 트러스트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말 트러스트를 바꿔야 한다면, 아픈 배우자의 성인 후견인(Conservator: 컨서베이터)가 된 후 법원에 청원을 해서 리빙 트러스트의 내용을 바꿔야한다. 따라서 그때그때 마다 트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상속조항이 잘 설정되어있는 지를 꼭 살펴보아야 한다.

병간호하던 배우자가 먼저 사망 시에는, 누구든지 제 2차 상속집행인으로 명명된 사람이 2명의 의사에게 남아있는 아픈 배우자에 대한 진단서 2장을 (트러스트마다 요구되는 의사 진단서의 갯수가 다를수 있음) 받은 후 상속집행자로 대신 재산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를 앓는 김철수 씨를 두고 김영희 씨가 먼저 사망한 경우 두 사람이 지정한 상속집행자(대개 자녀들)이 김철수 씨를 대신해서 재산관리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상태일 때 트러스트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등 아플 경우에 대한 대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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