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실밸 워킹맘 이화정 칼럼_고군분투 실밸 스타트업 맘의 하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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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형적인 새벽 스케치(2)



그러다 보니, 어젯밤까지 어젠다 공유해서 실시간 미팅이 아닌 구글문서로 논의하기로 했었는데, 수석작가 한 명에게 보내기로 한 어젠다가 아직 안 갔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옆방 서재로 뛰어들어간다. 일단 늦어진 거에 대해 구글챗으로 사과부터 보낸다. 밤사이 서늘해진 서재에 불을 켜고 컴도 켜고, 구글 문서에 어젠다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젠다를 정리해 보내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릴 것도 아닌데, 어제 바로 하지 않은 자신을 의아해 하며 논의할 문제를 정리한다. 글로 써내려갈수록 논지는 늘 더 뾰족해지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다. 어젠다를 정리할 때는 소제목, 상대방에게 요청하는 사항, 배경 이렇게 3가지로 구성한다. 소제목을 따로 빼는 이유는 상대방이 빠른 시간에 직관적으로 미팅 결을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상대방의 생각의 흐름도 좀 더 정갈하게 만들어주고, 그러면 추후 상대방에게 모호한 부분 해명하느라 시간 보내는 것을 줄일 수 있어 논의를 간명하게 이끌 수 있다.

물은 마시고 해야겠다. 주방에 가서 물을 겨우 마시고는 냉장고를 열어 플로라딕스 철분제부터 한 숟갈 삼킨다. 어렸을 때부터 얼굴에 핏기가 없었고 밥을 한 끼만 안 먹어도 스러질 거같이 지냈다. 초등학교 때 치마 입고간 날은 모두 내 다리가 나무젓가락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 입학식 하고 과방에 갔더니 나 혼자만 학교 보건소에서 주는 빈혈제를 받아가는 사람이었다. 신체 검사 때 빈혈 판정이 나왔단다. 나는 뭔가에 집중하면 뭘 찾아먹을 생각을 안 하고 식음을 전폐하는 스타일이라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과로를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면 심하게 체하면서 사경을 헤맨다. 4년 전 한국 출장 중에도 이런 사이클로 서울 순천향병원을 갔었는데, 내 페리틴 지수가 0에 가깝게 나와서 비건인지 질문을 받았었다. 생리 직후, 대형 프로젝트 마감으로 잠 줄이고 제대로 챙겨먹지도 않고 일만 하다 그렇게 됐던 거 같다.

책상으로 돌아와 모닝 루틴을 시작한다. 잠 깨자마자 바로 하지 않은 게 후회되지만, 후회는 털어버리고 일단 앞을 보자. 감사 일기랑 드림 일기 두 권을 꺼내서 쓰기 시작한다. 내 목표도 다시 써본다. 목표가 아주 미세하게 살짝씩 바뀌는 느낌이 든다. 요즘 반스앤노블 서점 알마덴 지점 점포정리 중이라 전 품목 25% 세일이다. 혹시 지나갈 일이 있다면 목표 암시 일기(manifestation journal) 집어들기를 권한다. 목표 암시 일기에 실컷 목표를 쓰고 나니 아침 7시가 넘어간다. 아이 방에 들어가 커튼을 걷고 조명을 조금씩 올려서 최대로 해둔다.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빛으로 깨워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라 불만 켜두고 나온다.

이제 도시락 싸는 전투의 시간. 전날 좀 미리 준비해두지 않은 자신을 잠시 후회하며 도시락 싸러 주방으로 돌진. 실밸 애벌레 엄마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화정/ 고군분투 실밸 애벌레 기업가. 워킹맘. 재무제표 까막눈으로 스타트업 창업.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꿈틀꿈틀 기어나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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