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NOVEL_김은경의 이야기 2_어떤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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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다림


 
은수는 소맷부리를 들추어 시계를 본다. 밤이 늦었다. 오른편에 나란히 앉은 남자가 소주잔을 채워준다. 김치전 특유의 맵고 시큼한 향에 침이 고인다. 은수는 술잔을 가만 내려 본다. 남자가 말한다.
  “어머니 보고 먼저 주무시라 해요.”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당신이 어린 여대생도 아니고. 마흔도 훨씬 넘었잖아요.”
은수가 대학생일 때 그녀는 딸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고 기다리는 그런 엄마는 아니었다. 집에서 버스로 두어 정거장 떨어진 동네 시장 난전에서 순대 장사를 할 당시에는 말이다. 지금 은수 나이의 그녀는 생계에 찌들어 하루살이가 고단한 억척스런 과부였다.
은수는 술 대신 생수 잔을 든다.
  “우리 엄마를 몰라서 그래요.”
  “엄마들이 다 그렇지요. 그냥 술 마시고 대리해서 가요.”
남자는 술을 들이킨다. 은수는 크게 출렁이는 남자의 목울대를 슬쩍 훔쳐본다.
엄마는 칠순을 넘기고 장사를 접고서야 뒤늦게 미룬 숙제를 서두르듯 자식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미 다 큰 자식들을. 이제 와서 왜. 엄마의 갑작스러운 자식 사랑은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다. 비 오면 짚신 장사하는 자식 걱정, 해가 나면 나막신 파는 자식 걱정하는 식이었다.
남자의 어깨가 은수 어깨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은수는 괜한 취기로 생수를 들이킨다. 후회가 밀려든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처럼 진즉 집을 얻어 나갈 것을. 
  “엄마는 기어이 나를 기다릴 거예요.”
  “뭐야. 요즘 시대에. 효녀 심청이가 여기 있었네.”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남자의 손이 우연히 은수의 허벅지를 스친다. 은수는 생각한다. 엄마한테 전화할까. 그냥 주무시라고. 알아서 들어간다고. 아니 아예 오늘밤에는 집에 못 간다고. 그럼 엄마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은수는 시계를 다시 보려다 그만 둔다. 
  “엄마는 걱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 아파버려요.”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토하고 설사해서 탈진하는 원인 모를 병. 자식에 대한 강력한 시위였다.
  “나이 들면 다 아프고 그래요. 조금만 더 같이 있어요.”
남자는 은수의 말에 아랑곳 않는다.
엄마도 그랬다. 엄마의 쇠심줄 같은 고집과 자존심에 은수는 번번이 항복하고 말았다. 엄마에게 지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비정한 모정이라 생각했다.
은수는 휴대폰을 들고 포장마차 밖으로 나간다.
  “여보세요. 엄마.”
잠시 말이 없다. 초겨울 밤바람이 차다.

**작가 소개/ 김은경_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21년 경기히든작가 수필 부문 당선 후, 단편소설집(공저) <그해여름 오후2시> <매화로 48번길> <소설을 좇는 히치하이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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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야.. 이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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