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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그리며 Restart, 화가 Sammy K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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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단어가 있다. ‘다시’ 를 뜻하는 ‘Re’ 가 바로 그것. Reopen 이란 표시가 너무나 반갑고 사람들과의 Reconnect 가 더없이 소중하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어 Restart 버튼이라도 눌러진 것 같은 요즘, 팔로알토 아트센터에서 ‘Restart’ 라는 주제로 8월 20일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품 <Twilight-from darkness to light> 으로 이 공모전시회에 44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화가 Sammy Koh(고상미 씨). 그녀 역시 팬데믹을 겪으며 Restart 버튼이 다시 눌러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면서 그때도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죠. 다시는 붓을 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를 보느라 하루종일 서점에서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잠재웠던 그림에의 갈증은 우연한 곳에서 실타래가 풀리듯 길이 터졌다. 뜻밖에 시작하게 된 아트클래스에서 풍경화를 가르치게 되었고, 직접 사진을 찍어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사진을 찍으러 어딘가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것.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진을 찍고, 사진을 위해 여행을 가고 그림을 그리는 이 과정은 숙명처럼 ‘Restart’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첫 일년은 거의 미친듯이 그린 것 같아요. 마치 한을 풀듯이요. 지금껏 풍경화를 이렇게 많이 그려본 적이 없었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특히 풍경화는 여행과 연결된 것이라 계획이 생기고, 삶에 목표와 기대감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새미 고에게 동이 트며 빛으로 하늘이 물드는 때는 반드시 잡아야 할 순간이다.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지는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열몇 시간을 운전해가기도 한다. 사막의 고요함 위로 핑크로 물드는 하늘, 이 빛으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사진과 기억에 담아놓고 그녀는 붓을 드는 것이다.

그림이 고요하고 적막한데 따뜻하다는 말에, 새미 고는 ‘아마도 가족때문에 그 느낌이 있을 것’ 이라며 웃는다. 어쩔 수 없이 함께 했어야만 했던 팬데믹 사태의 순기능이란 말이었다. “그림을 준비할 때에도, 그릴 때에도 저는 엄마니까요. 식구들 챙기며 그림을 그렸으니 가족에 대한 마음이 녹아나왔을 거예요. 특히 딸과는 데칼코마니처럼 붙어 다녔답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풍경화에는 일상이 있다. 선반, 침대, 책상이 놓여있는데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듯 하다. “그 물건들이 놓여졌다기 보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거죠. 그 자리에서 내가 떠올리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기억이란 어디에서든 소환되는 것이기에 우리 일상은 어디서나 풍경으로 그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에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가진 개인전 <자연으로의 초대, 고요한 위로>에서는 작품 설명에 풍경 사진과 위치를 알려주는 QR코드를 함께 넣어서 보는 사람과 그린 사람이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끔 했다. 이렇게 풍경화는 기억과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해도 쉽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풍경화의 매력이죠. 같은 곳에 갔던 사람들과는 대화거리가 계속 이어지잖아요. 게다가 풍경을 세밀하게 표현하다보면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예요.”

디자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리고 풍경화로 Restart 를 해오는 과정에서 새미 고는 자신의 그림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생각하게끔 하기를 원한다. 작가가 왜 이렇게 그렸을까를 생각하지 말고,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내가 갔던 곳과 비슷하네’ 혹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다’ 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 안에 오래도록 앉아 기억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그녀의 그림 한 켠에 늘 등장하는 의자처럼.

글/ 한혜정
사진/ Sammy Koh 제공 (문의: noblem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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