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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리베라와의 호젓한 산책, Diego Rivera’s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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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리베라. 그에 대해 누군가는 프리다 칼로를 불행하게 만든 나쁜 남자라 말하기도 하고, 또 혹자는 단지 공산주의의 충실한 추종자였다고들 하지만, 디에고가 그린 벽화 앞에 서면 부수적인 이름은 잊어 버리게 된다. 일단은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되고, 대담하게 펼쳐진 다채로운 화풍은 디테일을 하나하나 뜯어보게 만든다. 벽화를 이루는 패널의 그림을 하나씩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책을 읽는듯한 느낌이다. 지금 샌프란시스코 모마(MoMA)에서 디에고 벽화 중 ‘Pan America Unity’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디에고가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가장 큰 벽화로, 아메리카 대륙의 이야기를 디에고의 시선으로 들을 수 있어 꽤 흥미롭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그려냈는지 그 스케일이 사실상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7월 16일부터 시작된 <Diego Rivera’s America> 전시회 중에 Roberts Family Gallery 1층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2023년 여름에 전시회가 끝나면 원래 있던 자리인 샌프란시스코 시티칼리지로 돌아가게 된다.

디에고 리베라, 하면 프리다 칼로와 한 세트로 이야기되곤 한다. 사실상 프리다 칼로는 살아있을 적엔 남편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후엔 그녀의 그림이 디에고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경매가 되어 그를 프리다의 남편으로 불리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멕시코의 국민화가이자 영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는 빵점, 예술가로서는 백점인 디에고 리베라.
 
디에고는 1920년대에 멕시코에서 벌어진 벽화운동의 중심에 있다. 멕시코의 전통과 자부심을 되찾는 민족주의 운동의 한 획이었던 벽화운동은 예술가들이 미술관에 걸려만 있는 그림이 아니라 담벼락이나 대중들이 모여드는 장소에 벽화를 그려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시작되었다. 아즈텍과 마야등 멕시코의 찬란했던 고대문명뿐 아니라 300년간의 식민지시대, 멕시코 혁명 등 모든 역사를 벽화로 그려냄으로써 자연스럽게 민족의식과 자부심을 이끌어 냈다는 것.
프리다 칼로가 반한 그의 모습도 벽화를 그리는 중이었다는 것만 봐도 디에고의 벽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디에고와 꽤 인연이 닿아있는 곳이다. 디에고가 미국에서 벽화를 그린 첫 번째 장소일 뿐 아니라 두 번째로 프리다 칼로와 결혼하기로 선택한 도시라는 것.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MoMA 전시회에선 디에고 리베라가 최고의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하는 1920년대에서 1940년대 중반까지의 150여 개 작품과 3개의 갤러리에서 필름 프로젝션으로 상영되는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는 열한 개의 소주제로 작품들이 모여 있다. 스페인에서 15년 간 머물며 유럽의 여러 화가들과 교류한 탓일까, 그림에서 피카소의 혁신도 있고 고갱의 색채도 보이며 달리의 대담함도 함께 한다. 하지만 역시 ‘멕시코 사람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예술로는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라고 늘 생각해 왔다는 ‘진짜의 멕시코 문화’, 특히 노동자 계급의 그림이 곳곳에서 눈길을 잡는다. ‘Flower Carrier’ 라 이름 붙여진 그림엔 연보라의 고운 꽃을 담은 커다란 망태기를 등에 지고 엎드린 남자가 있다. 일어나려다 넘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엎드린 채 망태기를 등에 얹고 일어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옆에서 도우려고 하지만 남자는 쉬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땅을 짚고 있는 두 손과 무릎을 보자니 꽃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꽃들이 세상에 나가면 그 화려함을 뽐내는 장소에서 활짝 피어날테지만, 남자의 등에서는 단지 삶의 무게일 뿐이다.  또 ‘Grinder’ 에서는 두 손으로 밀대를 단단히 잡고 묵묵히 반죽을 미는 멕시코 중년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어깨에서 고단함이 엿보이며 살짝 보이는 표정에서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일 것 같은 느낌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계급이지만 땀흘리는 것에 대한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디에고의 음성이 들리는듯 해서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이 귀하게 느껴졌다.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s America
장소: SF MOMA 4층
티켓: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는 일반 입장료에 추가되는 요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 판매하며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선택한 시간이 되어야 입장가능하지만 관람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
주차: 1층에서 확인을 받으면 뮤지엄 주차장에서 10퍼센트 할인이 된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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