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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떡공방,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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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가을이 그득 담겨져 있었다. 주황의 고운 빛을 띤 감, 진한 쑥 빛깔의 잎사귀, 분홍 꽃을 품은 흰 구름, 발그스레 아이의 볼같은 분홍색 복숭아 모양까지. 산호세 떡공방 김진경 씨의 가을 송편이다. 입에 넣기에 아까울 정도여서 마냥 보게만 되는데 또 그 옆에 반들반들 윤이 가득한 갈색의 동그란 떡이 눈길을 끈다.



“개성주악이예요. 개성지방에서 귀한 손님에게 내었다는 디저트죠. 반기문 UN 사무총장님의 전담 셰프였을 때 북한 외무부장관과의 회담 만찬에서 디저트로 만들어 참석했던 모든 분들께 칭찬을 들었던 적이 있답니다.”

김진경 씨가 걸어온 길은 실로 화려하다.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외식문화산업학 석사를 마친 후 세계 관광음식박람회등 여러 요리대회에서 수상을 했고,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의 헤드 셰프로 만찬과 파티를 주관했다. 그리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담 셰프였으며 최근까지 산호세 삼성전자의 수석 셰프였다. “요리에 관한 건 유전자에 있는듯 해요. 저희 어머니가 전주분이신데 식당을 하셨고 김치명인이세요. 어머니께 손맛과 열정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거기에다가 체력까지 받았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김진경 씨가 대사관과 UN본부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들었을 때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천 명이 참석하는 워싱턴 DC 대사관 파티를 위해 음식 뿐 아니라 심지어 이천 개의 약과까지 일일이 직접 다 튀겨냈다고. 또 단조로웠던 삼성 직원식당 메뉴를 다양화하고 겉절이부터 닭강정까지 모든 음식을 신선하고 맛있게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그녀다. CEO 비서들이 요청하는 모든 음식을 척척 해내고, 식사 시간에 딱 맞추어 메뉴를 정성스럽게 서빙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까지 올라가도록 했다는 칭찬도 들었다고.

김진경씨는 본인이 생각하길 ‘순한 사람’인데 요리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신기하다며 웃는다. 개성주악만 해도 그렇다고. 찹쌀가루를 생막걸리로 부풀려 만드는 떡인데, 이곳에서 좋은 막걸리를 항상 찾을 수 없어 보드카부터 시작해 모든 술을 동원해 실험을 해보았다는 것. 또 떡 클래스를 시작하며 한국에서 방앗간기계를 직접 들여 오기도 했다. 수업 전 주말에 쌀을 불리고 쌀가루를 만들어 전용 냉동고에 보관해 놓고 사용한다는 것. “제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하는 일이예요.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재료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을 거예요. 떡을 만들 땐 쌀가루가 특히 더 중요하거든요.”

화려한 셰프로서의 이력을 그만 두고 클래스를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물었더니, 오히려 원래 꿈을 찾은 것이라는 예상밖의 답이 돌아왔다. “원래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사관에서 일할 때도 외교관 부인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곤 했죠. 삼성에서 수석셰프로 일하며 이제 셰프로서 올라갈 데는 다 오른 느낌이었고, 더 늦게 전에 제 꿈을 이루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도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구요.”

떡 공방 클래스는 김진경 씨가 직접 시연을 하고, 수강생들이 바로 만들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나 떡 만들기는 손으로 그때그때 익히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다 체크해서 알려주고, 심지어 ‘끝없이 A/S’ 하겠다는 심정으로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다 챙긴다는 것.



클래스가 시작되는 첫 수업부터 함께 했다는 김지현(산호세 거주), 민윤경(산타클라라 거주) 씨는 ‘선생님은 산호세에 굴러 들어온 복’ 이라 말하며 떡 수업을 들은 후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까지 돈독해졌다고 한다. “떡이란 자고로 나눠 먹어야 제맛이잖아요. 집에서 만들어 나눠주면 모두 신기해할 정도예요. 마트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거니까요. 떡 수업을 마치면 김치, 장담그기 등 선생님이 계획하시는 모든 수업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 최근에 광고를 보고 왔다는 임제니(사라토가 거주)씨 역시 모든 지인들을 다 데리고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교관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떡들만 선정했고 업그레이드 된 레시피로 수업을 하기 때문.

사실 김진경 씨의 강의 계획은 떡 강습에서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그야말로 굴뚝같다고. 가을볕이 살랑해질 때면 전통김치를 비롯해 김치의 모든 노하우를 다 담은 클래스를 뒷마당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그밖에 장담그기, 민속주, 궁중음식, 보자기 포장 등 이십 년이 넘은 시간동안의 경력과 몸소 익힌 노하우를 총망라한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 말하는 김경진 씨.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일듯 했다. 맛있고 멋있는 일들이 늘 그녀 곁에 있을 것이므로.

글,사진/ 한혜정
수업문의/ 이메일 jsjk1018@gmail.com, 전화 408-992-1853, 인스타그램@chefjin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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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uji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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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선생님은 산호세에 굴러들어온 떡
배우고 싶어요 ^^*

JakeMinSVK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kummo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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