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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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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봐도 예쁜 것이 꽃이지만, 꽃이 해주는 이야기는 더욱 아름답다. 플로리스트 안지은 씨의 손길을 거치면 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위로의 말, 축하 인사, 나누는 기쁨, 사랑의 언어.



플로리스트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우아함이 있고, 언제나 꽃과 같이 하는 일이라니 얼마나 화려할 것인가, 꽃만큼 예쁜 옷을 입고 요정같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안지은 씨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운동화 신고 앞치마 하고 머리는 질끈 묶어야 하구요, 손에 든 건 칼과 가위, 보통 사십파운드 정도는 너끈히 들어야 합니다. 쿨러에 들러가려면 여름이라도 파카가 필수예요.”

뭔가 허를 찔린 기분.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꽃장식 뒤에는 플로리스트들의 중노동이 존재하는 거였다. 그래도 그녀에게 꽃을 만지는 일은 ‘엄청 신나면서 살아있다고 느끼는 작업’ 이라고. 인생의 중요한 시작점인 결혼식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축하하는 자리에서 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줄 때 무엇보다 자신이 진정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플로리스트가 된 것은 정해져 있는 길을 걸어왔을 뿐일지도 모른다며 웃는 안지은 씨.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유아교육 전공을 하고, 유치원 선생님으로 살게 될 줄 알았지만 결혼을 하면서 미국에 왔다는 것. 우연히 미션칼리지에 꽃수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별뜻없이 수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뭔가모를 설레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곤 과제로 플라워샵을 인터뷰하러 갔었는데, 마침 그곳에선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그녀가 바로 지원을 해서 인터뷰어로 갔다가 인터뷰이가 되는, 그리고 일을 시작하게 되는  흔치않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부터 꽃잎 따기, 바스켓 씻기 등 완전히 엔트리 레벨의 일부터 시작해서 학교를 마친 뒤엔 웨딩 이벤트를 총책임지는 플로리스트로 인정을 받았다.
 
듣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안지은 씨는 전공이라는 것에 쉽게 안주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를 항상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것을 찾아내고 또 공을 들이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어요. 미술을 전공하고 유치원 선생님으로서 일했던 것들이 플로리스트로서 작업할 때 엄청 도움이 되거든요. 색채에 대한 이해, 조직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하우, 프리젠테이션 경험 등 과거에 했던 것들이 결국에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던가 싶답니다.”

그녀가 플로리스트로서 잊지못할 순간은 처음으로 웨딩 이벤트를 혼자서 맡아 치뤄야 했던 때였다. 사라토가 산꼭대기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땡볕 아래 데코용품과 꽃을 옮기고 또 강한 햇볕으로 부케가 빨리 시들까봐 전전긍긍하며, 웨딩이 시작한 뒤에도 분위기에 따라 꽃장식을 바꿔가며 분주했던 그 때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다 해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것.
일이 끝난 뒤 녹초가 됐지만, 신랑과 신부에게 ‘완벽했다’는 찬사를 들었고 정말 뜨거웠던 햇볕과 함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언어장벽도 있었을 때였어요. 그냥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했는데 끝나고 나니 일생동안 지켜나갈 플로리스트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녀는 최근 클래스를 조금 더 활성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오랫동안 팬데믹으로 지치고 상처받은 모두의 마음을 꽃으로 위로받게 하려는 것. 비영리단체인 테이크루트와 협업해서 Bloom & Grow 클래스를 열었고 꽃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를 새삼 느끼며 강습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습이 열리는 산타클라라 연합감리교회는 그녀가 오래도록 제단과 이벤트 꽃장식을 해왔던 곳으로, 꽃 강습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소망이 있다고.



안지은 씨는 꽃이 말하는 이야기에 향기를 더하고 있다. 크건 작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꽃으로 어루만져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꽃과 함께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글/ 한혜정
사진/ 안지은 제공(수업문의 open.kakao.com/o/sU0NJZbe 인스타그램 @bng_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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