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서 미래의 나를 보다_대구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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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8세 열 명의 아이들이 경상북도 대구에서 실리콘밸리로 태평양을 건너왔다. 대구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대소마고) 학생들이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싶었던 첫번 째 이유였어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는 거요. 꿈에 그리던 곳인데 오게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강동현 학생은 부모님의 권유로 대소마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부모님은 중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학교 이름을 알려주며 한번 알아보라고 했고, 정보를 찾다가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현장학습 전액지원’ 이라는 문장에 바로 꽂혀 버렸다는 것이다.
대소마고는 IT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다. 따라서 이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대학입학보다 취업을 우선 목표로 학교생활을 하게된다.
“저에게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어요. 사회를 먼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주위에 모든 사람들은 다 반대했죠. 일단 지원만 하게 해달라고 부모님부터 설득했어요. 아마 부모님께선 합격은 안될 거라 생각하고 지원서에 도장을 찍어주신 것 같아요. 하하하”
지금은 누구보다 딸의 선택에 만족해하며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참 쉽지 않았다며 입학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전아현 학생. 앳띤 얼굴이지만 일찍 어른이 된듯한 성숙함이 돋보였다.
이 열명의 학생들은 포트폴리오, 성적, 면접 등의 꼼꼼한 심사과정을 거쳐 현장학습을 할 기업의 대표들과 직접 인터뷰를 한 뒤 선발되어 실리콘밸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부터 9월 17일까지 8주간 실리콘밸리의 여러 우수 스타트업 회사에서 직접 체험을 하는 중이다.
이 학생들이 하는 활동은 각자의 특성과 전공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어 졌다. X 컴퍼니에서 번역앱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을 하고 있는 조주영 학생, 블라인드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고 제어도 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주수재 학생을 비롯해 강동현 학생은 여성인력의 네트워킹 및 취업을 위한 앱에서 게임을 디자인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또 전아현 학생은 R 회사에서 스마트 헬맷 프로젝트에 참여해 낙상방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고, 박세은 학생은 A 컴퍼니에서 데이터를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작업을 한다.
멀리까지 와서 일하자니 힘들겠다고 말했더니 학생들 모두가 ‘너무나 즐겁고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기회’였다고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한다. “개발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하는지 감을 잡은 느낌입니다. 즐겁게 일을 하면서 효율성을 동시에 잡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미래의 모습을 그리게 됐어요.” 주수재 학생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아야 할 수 있는 경험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도전의 범위를 확장한 것 같다’ 고 말하는 박세은 학생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여기 와서 창업가적인 마인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했었던 개념인데 창업하신 분들과 함께 있다보니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이번 체험으로 본인들의 미래에 대한 개념만 정립된 것은 아니었다.
조주영 학생은 현재의 나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한가지 분야만 마스터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와서 다른 쪽도 해보게 되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적성에도 맞고 더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생의 폭이 넓어진 기분입니다.”
체험학습을 든든히 돕고 있는 ‘ReBoot’ 이원표 대표 집에서 생활하며 ‘르네 선생님이 해주시는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매 끼니마다 두공기씩 먹고 있다’ 는 말을 할 때는 영낙없는 열여덟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 자신들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낯선 곳에 스스럼 없이 발을 디딘 아이들의 모습은 십대 아이들이라기 보다 늠름한 사회인이자, 십대의 기상을 지니고 곧 IT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혁신가들이었다.
훗날 ‘당신은 열여덟에 무엇을 꿈꾸었습니까’ 란 질문을 받는다면 이 아이들은 말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미래를 꿈꾸었다고. 넓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나의 미래를 꿈꾸었다고.
글/ 한혜정
사진/ 대구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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