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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th Avenue Tiled Ste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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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개 계단에서 만나는 바다, 땅, 하늘
16th Avenue Tiled Steps



아마 이 계단이 없었다면 이곳은 그저 한적하기만 한 동네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계단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색과 빛을 머금은 타일이 붙여지면서이곳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하이츠의 ‘16번가 Tiled Steps’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만일 땅만 보고 걸었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을 그런 곳에 있다. 그래서 더 난데없이 나타난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지역인데 이 계단이 하늘까지 닿아있나 할 정도로 아래에서 보면 꽤 까마득하다. 163개의 계단이니 계단참에서 중간에 잠시 숨을 돌린다 해도 끝까지 한번에 오르기에 꽤 숨이 찰만한 길이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계단을 그냥 한번에 오른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하는 그림과 풍경이 함께 한다.



사실 이 곳은 오래 전에 노면전차 Street Car 정류장이 근처에 있던 가파른 계단이었다. 주민들이 정류장에서 언덕 위로 올라가기 위해 사용했던 동네 계단이었다가 노면전차가 없어졌고 사람들의 발길이 줄면서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흉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전용공간처럼 돼버려, 점점 우범지대처럼 변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한 주민들에게 우리 스스로 무언가 해보자 하는 풀뿌리 정신이 자라났다.
제시 오데트 Jessie Audette 와 앨리스 자비에 Alice Xavier 가 앞장을 섰고 이 계단을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계획되었다. 이후 아티스트인 에일린 바 Aileen Barr 와 콜레트 크러쳐 Colette Crutcher가 합류하게 되었고, 이 둘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셀라론의 계단’에서 영감을 받아 ‘골든게이트 하이츠를 아름답게’ 라는 공동체 의식에 예술을 더해 타일 한 장 한 장을 모두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며 2,000개의 독특한 타일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전체적으로 푸른 빛의 색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선형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계단을 하나씩 감상하면서 첫 번째 계단참에 서면 파도치는 푸른 물결 안에 서 있는듯 하다. 물고기, 조개, 게, 해파리들이 조각낸 타일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헤엄을 치고 있고 각각의 모습이 모두 달라 품고있는 글자들을 읽어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보면 그 다음은 어느새 땅으로 올라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을 감상할 차례다. 꽃들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도 함께 있다. 그리고나서 뒤를 돌아보면 하늘과 맞닿아있는 태평양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벌써 반을 올라온 셈이다.
땅에 흐르는 물줄기들을 따라 벅찬 숨을 고르며 오르다보면 바다와는 또다른 파란색 타일조각들 사이로 나는 새들이 보인다. 새들이 반짝이는 별과 같이 있다 싶었는데 그 위로 신비하게 빛나는 영롱한 달의 모습이 보이고, 또 그 위로는 노랑과 주황, 빨강이 해가 되어 가장 높은 곳에서 163개의 계단을 다 오른 사람들의 얼굴 위로 떠오른다.



바다에서 땅으로 다시 하늘로 오르는 이 계단의 여정은 마치 자연과 가장 가까이 하라는 함성처럼 느껴지고, 이 계단을 만들며 쏟았을 사람들의 정성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계단을 오르고 뒤로 돌았을 때 뜨거운 숨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과 멀리 금문교까지 눈에 들어오는 확 트인 풍경은 더없는 상쾌함을 준다.

계단 주변의 정원은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자비에르 가족이 기부를 해서 캘리포니아 로컬 다육식물들로 꾸며졌고,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다육식물협회에서 기부를 한 식물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가꿔지고 있다.
서쪽방향이라 오후에 방문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안개가 걷힌 후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안개가 있는 날이라도 그것만의 특별함이 있기도 하다. 혹시라도 밤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것. 계단에 있는 달이 휘영청 빛나는 광경은 그야말로 백미다.


주소: 16th Ave, San Francisco, CA 94122 (Moraga St. between 16th Ave. and 15th Ave)
일명 모라가 계단이라고도 불린다. 24시간 오픈이며 주차는 근처 주택가 가능한 곳을 찾으면 된다. 주택가이니만큼 시끄럽게 하거나 드론을 날리는 일은 금지, 조명이 없으므로 밤에 방문할 때에는 조심해서 움직이는 편이 좋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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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기쁨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우와!!! 멋지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다음에 가야할 곳으로 저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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