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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으로 남는 시간, Ros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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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으로 남는 시간,
Rose Garden

아름답지 않은 꽃이 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장미는 유독 특별함을 가진 꽃이다.
계절의 여왕이란 오월에, 그 오월의 여왕이 장미라 하니, 그래서 그렇게들 노래가사부터 시, 소설 할 것없이 장미에 대한 표현들이 차고 넘치나 싶다. 그대 모습은 장미,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백만송이 장미 거기에 들장미 소녀 캔디까지 ‘장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단연코 다른 꽃에 비할 수 없이 많다.

 

산호세 로즈가든에 들어서니 장미에 열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담벼락에 늘어진 장미만 봐도 그 향기가 코 끝에 전해지는듯 한데, 정원 한가운데에서 세상 모든 종류의 장미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광경을 보자면 잠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다.
거기에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봉오리부터 제일 먼저 피어나 톡 건드리기만 해도 땅으로 떨어질 것 같은 시든 꽃잎까지,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데가 없다. 장미에 대한 칭송이 세상에 흔하디 흔하다지만, 나도 하나 거들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 된다.
 
이름은 로즈가든이지만 반은 잔디밭이고 반은 장미로 가득한 정원이다. 그리고 만약 공중에서 로즈가든을 내려본다면, 분수를 중심으로 장미가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원의 중심을 향해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모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각 구역에서 가장 오래된 품종은 분수의 중심 방향에 심어져 있다. 지도를 보자면 올드 가든 장미를 말하는 O, 하이브리드 품종의 P, 겹겹의 꽃잎이 색다른 장미 K, 관목장미 N, 1960년대 이후의 장미 Floribundas가 있는 M, 1960년대 이전의 장미가 있는 L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장미를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 190개 품종의 4천개 이상의 장미가 꽃을 피우는 이곳 로즈가든은 새로운 장미 품종의 이름이 생기기도 전에 꽃잎의 형태와 색감 등이 테스트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표가 있지만 이름을 알아도 그만, 몰라도 상관없다는 기분으로 다니다보면 장미 옆에서의 한나절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가시는 상관없다는듯 장미 바로 옆 잔디에 엎드려 책을 읽거나 장미 옆에서 함께 요가를 하는 사람들, 밀짚모자를 쓰고 장미꽃잎을 찾아 다니는 꼬마,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의 모습은 로즈가든에 스며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로즈가든의 장미 색감은 그야말로 현란할 정도다. 꽃잎 하나 하나마다 그라데이션이 물든듯한 꽃, 분홍이라 해도 한 가지에 봉오리와 꽃송이가 각각 다른 분홍으로 나오기도 하며, 꽃잎이 장미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어 신선놀음이 이런 걸까 싶은 마음도 든다.

이렇게 풍성한 로즈가든에서의 시간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장미 가지 하나하나에 모두 닿아있으며, 또 Adopt-a-Rose Program 이 있어 로즈가든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도 해놓았다.

 

5월, 로즈가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시작된다. 꽃송이는 저마다 찬란히 피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뎠고 강인한 생명력은 눈부신 빛깔로 차오른다. 탐스러운 장미 한 송이를 보고 느끼는 시간은 모두에게 삶의 꽃으로 남게 된다. 그 꽃을 찾아주는 공간이 로즈가든이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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