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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수채화에서 나오는 묵직한 울림, 포스터 뮤지엄 The Foster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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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수채화에서 나오는 묵직한 울림,
포스터 뮤지엄 Foster Museum

 

여기 숫자들이 있다. 1명의 아티스트, 1개의 물감박스, 1개의 이젤, 1개의 빠렛트, 18개의 붓, 39년, 19번의 여행, 546개의 그림, 18개의 주, 15개의 국가, 차 tea를 마시는 수천 시간, 그리고 셀 수 없는 발걸음. 탐험가이자 수채화가인 토니 포스터 Tony Foster를 묘사하는 숫자들이다.

유난히 눈에 띄는 숫자 ‘1’. 오로지 1개의 물감박스와 1개의 이젤(그것도 접을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 1개의 빠렛트(심지어 플라스틱 뚜껑)는 그가 안온하게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가 붓에 물감을 묻히는 곳은 야외라기보다 야생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 장소다.

대부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다 하면 스케치북과 이젤을 들고 햇살을 즐기는 한가로운 오후를 상상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네팔의 눈덮힌 산 중턱, 열대우림 한가운데, 심지어 산호초 바로 옆 바닷속에서도 그림을 그린다.
“경험과 관찰을 기억이나 니콘렌즈로 거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 나의 그림” 이라고 토니 포스터는 이야기한다.

 
<그림 액자 안에 작업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이 함께 있다>

담쟁이 덩굴이 벽 가득히 초록을 뿜어내는 작은 미술관이었다. 하지만 들어가면 엄청난 폭포 줄기를 앞에 두고 절벽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토니 포스터의 사진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극단적인환경 바로 그 자리에서, 그림으로 기록을 하는 그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또 액자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지도, 돌멩이가 있고 모퉁이엔 휘갈겨 써놓은듯한 글씨들이 빼곡하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위 그림에는 작은 조개껍질들이 조르륵 놓여 있고, ‘Sacred Places’ 그림들에 함께 있는 부적과 화살촉 등이 그곳의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토니 포스터는 자신의 그림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스토리로 더 생생하게 들려주려는 것 같다.

전시장엔 낯익은 장소가 많다. 요세미티, 그랜드캐년 등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의 그림에서 다시 한번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화가의 바람은 “그 장소의 아름다움에 다시 감동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약탈로부터라도 그 장소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것” 이라고 하니, 그림 너머의 이야기에 다시한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닷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토니 포스터. Photo by Laurie Cullenward>

무조건 현장에서의 작업을 고집하다보니 생겨난 에피소드도 많다. 수중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잠수복을 입고 열대 산호초와 물고기를 그렸고, 북부 뉴멕시코에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아주 가까이에서 공기를 뚫고 지나가는 총알을 느꼈다는 것. 그림의 모서리에 총알 크기의 작은 구멍 세 개를 뚫고, 총알도 함께 액자에 넣은 그림을 통해 죽음에 직면했던 그때 그순간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그림 모서리에 총알구멍 세개와 총알을 덧붙여 죽음을 직면했던 순간을 기념했다>

전시장 내부 곳곳에는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색연필과 솔방울, 산호초 모형, 트레일 표시 그리고 포스터의 작업설명 비디오가 자리하고 있어 어떤 전시보다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 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림 여백에 쓴 그의 글씨체도 꽤 정겹고, 그 폰트를 이용해 벽면에 써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뜻깊다.

특히 ‘수채화가는 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A watercolourist cannot exist without water.’ 는 그의 말은 무엇보다 그가 그리는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어떻게 그렸냐보다 어디를 그린 것인지. 그리고 그 장소는 지금 어떤 상태인 지를 묻고 있다. 맑고 투명한 그림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는 수채화의 느낌과 달라서 꽤 묵직한 울림으로 마음에 남는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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