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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선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

 

친구 윤이는 진정한 집순이, 집순이계의 최강자였습니다. 이랬던 아이가 여행을 간다는 겁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오히려 룰루랄라 잘 지내는 것 같더니만, 집순이계의 최강자도 조금은 지루했었나 봅니다. 그러니 요즘 동네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다들 떠나고 있습니다. 드릉드릉 시동을 계속 걸고 있었던 것 마냥 떠나네요. 그동안 억눌릴 수 밖에 없었던 여행욕구가 이제 봇물터지듯 나오는 겁니다. ‘보복여행’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고서요.

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죠. 여행을 가기 전이 더 설레고 즐겁다고 다들 말할 정도로, 여행이란 사실상 피곤을 동반하는 것이라는 걸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고 한 번은 말하게 되는 것이 여행입니다. 그래도 여행 후, 적어도 한 뼘 이상은 자라고 커진 것 같은 자신을 느낄 때 또 그만큼 뿌듯한 것도 없습니다.

푸켓 로컬시장에 가서 세상 근심 하나 없는 미소들을 볼 때 그 마음이 전염돼서 한동안 내내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몇백년 전 사람들도 걸었을 돌길에 발을 디디면서 역사의 흐름에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 마인드를 얻었죠.

세상은 넓고, 그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삶이란 것이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는 것. 또는 여러 방식의 문화를 보면서 조금은 편협하게 가졌던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바꿔보게 되는 순간. 여행을 통해 익숙했던 공간에서의 자신에서 벗어나 다른 내 모습을 깨닫는 것. 이런 것들만으로 ‘왜 집을 떠나서 고생을 하는가’에 대한 보상은 충분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여름,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어디에 가실 예정인가요.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떠남은 의미가 있을지 모릅니다. 떠나신다면, 돌아왔을 때 나를 상상하며 낯선 환경과 조우함을 즐겨보세요. 새로운 눈을 가진 나는 기분좋게 달라져있을 겁니다. 그래서 사는 재미는 더할 것이구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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