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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아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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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노는 근사한 소풍,
팔로알토 아트 페스티벌

 

이번이 38주년을 맞는다 하니 꽤 오래된 아트 페스티벌이다. 어느 동네나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곤 하지만, 팔로알토의 아트 페스티벌은 그 역사 만큼이나 예술가들과 축제를 즐기러 모여든 사람들의 숫자가 유독 많다. 유니버시티 애버뉴 전체가 예술 작품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흥겨운 음악, 지글거리는 바베큐 소리와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찬 느낌이다.

아트 페스티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작가와의 만남이다. 금속공예, 주얼리, 가구,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사람들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참 아름답다. 또 라이브 음악 공연 무대 주위로 접이식 의자를 들고 와서 아예 하루종일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느긋함도 보기 좋은 풍경.

타소 스트릿 쪽에 유난히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었다. 팔로알토 아트 페스티벌의 백미, 이탈리아 스트릿 페인팅 Italian Street Painting 이다. 거리 전체를 캔버스 삼아 화가들은 엎드린 채로 화려한 색감을 뿜어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서 온 초크 아티스트들. 150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이탈리아어로 마돈나리 madonnari 라 불리우는 거리예술가들이다. 16세기 무렵에 자신들의 신앙심을 나타내기 위해 성당 앞 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를 그리던 데서 시작됐으며 이후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 오히려 더 발전했다는 것이다.

 

칙칙했던 도로가 빛을 내는 듯하게 바뀌는 이 초크 아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캔버스’ 라는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몇 시간, 며칠에 걸쳐 그려내지만, 물로 씻어내자면 한 시간도 안걸리는 것이 이 거리예술가들의 캔버스인 셈. 어쩌면 순간의 전시를 위해 작가가 열정을 한없이 쏟아붓는 것 자체가 예술이고 그 과정이 캔버스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 거리 예술가 옆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우리들도 할 수 있다는듯 색분필을 들고 바닥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 보기만해도 웃게 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거리 예술가들보다는 작은 사이즈이지만 또 그것들이 모여지니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예술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듯, 웃으면서 즐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트 페스티벌에 가는 건 꼭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생각지도 않게 눈에 쏙 들어오는 작품이 있어 물욕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보다 햇빛 아래서 작품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걷는 그 순간의 느낌은 참 근사하다. 왠지 위압감이 드는 갤러리도 아니니 소풍 나온듯 예술과 놀아야지 하는 마음이면 된다. 그리곤 음식과 시원한 맥주, 와인 한잔은 또 오래가는 기억 속 한 장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호사인듯도 하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누리는 호사이자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 내년 팔로알토 아트 페스티벌이 벌써 기다려진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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