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베이 분류
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
본문
11월이 왔으니 / 성백군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겨울을 앞에 두고
나무들이 옷을 벗습니다
가을을 마무리하는 11월이
이생의 삶을 정리하고 저승으로 향하는 인생처럼
하나하나 나뭇잎을 털어냅니다
그동안 걸치고 있던 입성들이
바닥에서 바람처럼 굴러다닙니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영명길 가는 나그네에게는 짐이 된다고
장식품을 벗는 이치를
나무는 나목이 되므로 보여 줍니다
알몸이 되어야 앞이 잘 보인다고
허공에다 잔가지 큰 가지로 지나온 길을
박아 놓았습니다
가야지요
삶 넘어, 몇 안 남아
세상 바람을 이기겠다고 발버둥 치는 잔잎이
노욕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벗어 버리고 가벼워진 몸으로
초겨울 찬바람 앞에 서 보겠습니다
11월이 왔으니 가을이 가기 전에
인생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향하여
매듭 없는 승리의 함성을 지르겠습니다
718 - 11062015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