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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가장(家長) / 성백군

                                      -시집 : 비의 화법 p64

                                                                                  

 

흩어진 신발들

방안에서는 왁자한 사람들의 소리 시끄러운데

방 밖에서 곤한 잠에 빠져있다

바로 누운 것이 많지만

엎어진 것도 있고 겹쳐진 것도 있다

벗어놓은 그대로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상관하지 않고 저리 편한 것을 보면

버려진 것도 아니요 억울해하는 것도 아니다

할 일 다 하고 쉬는 사람 모습이

벗어놓은 신발을 닮아야 하는데---.

어쩌다 술 취한 사람이 콧등을 밟으면

벌떡 일어나 눈 비비며 무슨 일인가 살펴보다가

제 일이 아니면 다시 잠들기도 하지만

제 일이면 크게 입 벌려 찢어지게 하품 한 번 하고

일어서면 족하다

저벅저벅 걷는 저 모습

뒤축이 기울고 옆구리가 터졌지만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불평 한마디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다.

사랑이란 저런 것이다

가장이란 저런 것이다

제 몸을 열어 가족을 담고 몸이 닳기까지 걸어가는 것

아침 출근길에 아내가, 아이들이

코끝이 반짝반짝하도록 닦아 내놓은 구두 한 켤레

그것 신고 밥벌이 나서는 것이다.

 

 

         *470 – 10042012

   *자연과 시의 이웃들- 은관시인 후보작

*문학공원 동인지 11(그림자는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다)에 수록

*시산맥 카페회원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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