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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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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사냥 / 성백군
바람을 잡겠다고
부채질을 하는데 팔만 아프고
에어컨을 켰더니 살갗에 소름만 돋고
창문을 열어놓고 커튼을 걷었는데
들어오라는 바람은 들어오지 않고
햇볕만 들어오고
이젠 아예 팬티만 걸치고 방바닥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유혹해 보는데
건너편 아파트 난간에서 서성이는
여자의 눈길만 들어옵니다
어찌합니까 포기했지요
잡는 걸 포기하고 맞은편 현관문을 열어
나갈 길을 터 주었더니 그때야
떼를 지어 몰려오는 바람
그것이 행운인 줄 알고는
가두어두고 오래 즐기려고 꼭꼭
문을 닫았는데 그게 잘못이었습니다
바람과 행운은
가둔다고 잡히는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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