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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살아남은 의외의 비법 :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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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
미라클모닝 '30분 글쓰기'가 부른 기적
매일 미팅 3분 전, 매니저에게 노트 보내는 이유
사회초년생에게 전하는 메시지: 흩어진 경험 돌아보면 연결돼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일까? 의무감과 조급함에 누군가의 시선을 앞세운 결정은 아닐까? 세상의 수많은 노이즈에 나의 목소리가 묻힌 건 아닌지 걱정 될 때가 있다. 나다운 선택을 하기 위해선 나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애정있게 나를 돌아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뗀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 모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27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실리콘밸리 한국인 2022'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의 첫번째 '커리어' 세션 패널토크에 김혜진 로블록스(Roblox) 프로젝트 매니저, 곽수정 메타(Meta) 뮤직 에디터, 하대웅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 총괄, 임효지 엔디비아(Nvidia) 산업 디자이너가 연사로 참석해 각자의 실리콘밸리 성장 경험담을 나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선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자국이 있는 길을 따라가긴 쉽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선 내가 내딛을 발자국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 의미를 알면 방향 잡는 건 더 쉬워진다.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비법은 바로 '글쓰기'에 있었다.

미라클모닝 '30분 글쓰기'가 부른 기적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기 좋은 방법이다. 김혜진 매니저는 "미라클모닝(일찍 일어나 운동, 공부 등 자기계발을 하면서 아침을 보내기)으로 30분 글쓰기를 매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원해서 하는 건지, 남들이 좋다고 해서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검열 없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도전하기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왜 주저하는지 자문하고 다른 걸림돌이 있는 것인지 혹은 내가 진짜 원하지 않는 건지 답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누가 글을 볼까봐 그럴듯한 얘기를 썼지만 나중에 날 것의 글을 써가며 자기자신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스스로에 대해 깊게 알아보기 위해선 꾸준히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써야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양적으로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는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연예인)이 생기면 시간을 할애해 그 사람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을 꼭 확보해야 한다"라며 글을 쓰는 시간만큼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따라 세상 읽는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알아야 한다"며 "자기를 위한 시간을 꼭 떼서 검열없이 나를 바라보자"고 강조했다.

30분 글쓰기를 하면 내 마음 속 숨은 의도를 찾고 목표는 더욱 뚜렷해진다. 내 안에서 찾은 열정이 동기부여가 돼 더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미팅 3분 전, 매니저에게 '노트 보내기'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에서 영어를 못하면 기회를 알아보기 조차 힘들다. 글쓰기는 언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온 곽수정 에디터는 영어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선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말을 듣고 모든 걸 다 일일히 먼저 필기하고 말로 전달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는 "귀찮아도 아침 미팅을 위한 준비를 꼭 했다"며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고 나의 의견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에 미팅에서 이야기할 사항들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Hello everyone"부터 시작해 꼼꼼하게 쓴 미팅 스크립트는 빛을 발휘했다. 소통의 오해는 사라지고, 영어 실력은 덤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는 자신이 만든 스크립트를 불릿 포인트(Bullet point)로 정리해 매니저에게 미팅 3분 전에 보냈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5가지 아젠다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한된 미팅 시간동안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팅 전에 매니저가 '불릿 포인트 노트'를 먼저 읽으면 곽 에디터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 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은 쉬워지고 전달하는 내용은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이처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나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 전달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이 많으면 타인도 그만큼 날 더 가치있는 사람으로 대한다.

아마존, 메타, 로블록스 현직자가 사회초년생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회초년생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하대웅 총괄은 "커넥팅 더 닷(점을 연결하기, connecting the dot)"을 강조했다. 아직 내가 원하는 바를 잘 모를 때, 커리어를 쌓다보면 의도치 않게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흩어진 경험들도 다 연결돼있다. 하대웅 총괄은 "완성형일 때 보이는 것들이 찍는 동안은 잘 모른다"며 "뒤로 연결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연결이 된다"라고 전했다. '이 길이 아닌 거 같은데,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은데'했던 경험들도 나를 관통한 이야기라면 분명 연결점이 있다고 전했다. 하대웅 총괄도 "자신이 20년이 지나서야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며 연결은 뒤로 하는 것이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혜진 매니저는 "똑같은 스펙을 갖고 있어도 자기 경험을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다르다"라며 열심히 쌓아온 스펙들을 과소평가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나아가라고 전했다. 선배 입장에서 너무 겸손한 태도보단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스스로 잘 아는 후배를 더 서포트하고 싶다"고 밝혔다.

곽수정 에디터는 사회 초년생들이 두 부류의 멘토를 만나야 한다고 전했다. 바로 "한 분야에서 성공한 상위 3%의 마스터"와 "모든 걸 두루두루 잘 하고 네트워킹에 탁월한 제너럴리스트"다. 발전하고 싶은 분야의 초고수를 찾아 다양한 스킬셋을 배우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대인관계가 좋은 제너럴리스트를 만나 세상을 읽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두 부류의 조화는 사회초년생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이벤트는?

한편, 2014년부터 9회째 진행된 ‘실리콘밸리의한국인’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사장 김도현)가 주최하는 컨퍼런스다.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는 실리콘밸리와 LA 등 글로벌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10명의 한국인이 커리어, 창업가, 트렌드 세션 연사로 나섰다.

이날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세션은 혁신을 이뤄가는 창업가 세션으로 꾸려졌다. 6년 간의 팀빌딩을 통해 메타버스 콘텐츠 기업인 브레이브 터틀스(Brave Turtles)를 창업한 케빈 김 대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투자 경험을 살려 미국에서 벤처캐피탈을 창업한 K2G테크펀드의 공경록 대표, AI 기계번역 기술을 개발하는 엑스엘에이트에이아이(XL8.ai)의 정영훈 대표가 각자의 생생한 창업 경험담을 전했다.

케빈 김 대표는 “투자를 유치하고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팀워크가 있다"며 “투자 미팅을 할 때에도, 회사 소개할 기회가 있을 때에도,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 중심에는 우리 팀이 있었다. 6년간 쌓아온 팀원들의 신뢰, 유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브레이브터틀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션은 ‘트렌드 세션'으로, 세 명의 연사가 실리콘밸리의 트렌드를 공유했다.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 볼트(Bolt)가 주 4일 근무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볼트의 정종빈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주 4일 근무제의 가치와 한계를 개발자/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입장에서 나눴다. 이멀스(Immerse)의 이정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에듀테크와 메타버스 트렌드, 마지막으로 더밀크 손재권 대표는 2023년 실리콘밸리 테크 트렌드에 대해 전했다.

손재권 대표는 “2022년 실리콘밸리는 역사적 변곡점에 놓여 있다"면서 "내년에는 NFT, Web3 등 다음 세대의 인터넷 구조로 세대가 바뀔 것이다. 특히 Web3는 디지털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게임 산업에서 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변화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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