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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어비치 오버룩(Muir Beach Over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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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어비치 오버룩(Muir Beach Overlook),
더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한없이 나아가는 기분



땅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발 아래는 바로 바다, 옆으로도 망망대해다. 어떤 전망대보다도 거칠 것없는 광경이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여기에 햇빛 한 조각만 있었더라면, 바다의 푸른빛이 조금이라도 더 선명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산길을 올라오기 전만해도 쨍쨍했지만 산 중턱을 오자 안개와 구름이 보여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예감은 적중하고야 말아서 하늘은 흐렸고 기대했던 뷰는 아니었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 하늘과 닿아있는듯한 수평선, 바위에 닿아 부서지는 파도를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 묵었던 스트레스가 증발되는듯 했다.



샌프란시스코 뮤어비치의 오버룩(Overlook)은 캘리포니아 1번 국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다. 가는 길이 2차선 꼬불꼬불한 산길 도로라 좀 험한 느낌도 있지만 오버룩에 도착해보면 운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
 
원래 이곳은 샌프란시스코만 해안방어 시스템의 일부였던 기지국(Base end stations)이 있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하와이 진주만 폭격직후 많은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가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가장 바다 가까운 곳 참호 안에서 숨어드는 비행기나 배의 움직임을 쌍안경으로 감시하며 방어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 이후 레이더가 등장하고 쓸모없어진 이곳은 이제 전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텅 비어있는 참호를 보여주며 과거의 쓸쓸한 퇴장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이같은 오래된 참호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니, 우리는 풍경을 감상하며 오래전 감시병의 외로운 싸움터였던 곳에서 그들의 흔적만을 보는 것이다.



도착하면 화장실이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열다섯 대 정도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자리가 없다 하더라도 조금 기다리면 사람들이 빠져나온다. 바다를 향한 계단을 내려 가다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풍경을 마주한다. 태평양 연안의 광활함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오른쪽으로는 포인트 레예스반도를 포함한 멋진 해안가의 모습이 더할나위 없이 멋지고, 왼쪽으로는 뮤어비치를 비롯해 파도가 부서지는 광경을 무한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높은 곳에서 보여지는 풍경이라 더욱 아름답다. 계단 끝에 다다르면 그야말로 더이상 갈 수 없는 곳, 땅끝에 서있는 느낌이다. 하염없이 상념에 빠지게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또한 이곳은 송골매(peregrine falcon) 등 여러 야생 조류들이 서식하는 곳이니, 아이들과 갈 때면 망원경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알을 낳고 둥지를 튼 새들을 볼 수도 있고, 해안가 야생동물들도 둘러보며 혹시 운이 좋다면 11월에서 5월까지 흰수염고래가 남쪽 바하(Baja)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또 이곳은 아울 트레일(Owl Trail) 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2.1 마일의 트레일 전체를 다 가지 않더라도 걷다가 돌아와 다시 오버룩의 전망을 감상한다면 한나절을 잘 보낼 수 있다. 특히나 이곳 오버룩의 석양은 그 어떤 곳보다도 감동적인 뷰를 선사한다고 하니 시간대를 잘 맞춰 보는 것도 좋을듯.( 단, 반드시 뮤어비치의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맑은 날씨일 때 방문해야 한다)


<사진출처: Golden Gate National Parks Conservancy)

샌프란시스코나 베이지역 어디라도 맘만 먹으면 바닷가에 갈 수 있지만, 뮤어비치 오버룩의 바다는 특별하다. 맑은 날에는 그야말로 탄성이 나오는 풍경에 한동안 푹 빠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고,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이라도 마치 영화 속 한장면에 서 있는듯 해서 색다른 감동이 함께 한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바다를 내려다 보면 어느새 400피트 아래로 켜켜이 쌓인 마음의 찌꺼기가 다 버려지는듯한 그런 곳이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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