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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하고재비, 꼬모도공방과 일리일리파티의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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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주이던 타고났다는 사람을 볼 때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참 쉽게 한다’ 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휙 보고도 마치 오래 해왔던 사람 마냥 신기할 정도로 뚝딱 해낸다. 김성은 씨가 그런 사람이다.



꼬모도 공방과 일리일리 파티를 운영하며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마법같은 손을 가진 둘째 가라면 서러울 태평양 오지라퍼에 아이디어 뱅크, 거침없이 뭐든 시작하는 탱크다. 그리고 그녀에게 덧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표가 있다. ACC 라는 희귀암 환자.

사실상 재봉틀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꼬모도 공방과 아들 생일을 멋지게 차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요청이 빗발쳐 시작하게 된 일리일리 파티 모두 김성은씨는 암 판정을 받고 나서 시작했다. “누구나 죽음을 목전에 둬 봤다면 당연히 삶을 즐기려고 할 거예요. 저에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삶을 즐기는 거였습니다. 바빠야한다고 생각했구요, 삶을 내가 주도하고 싶었어요. ‘내가 없는 삶’은 원하지 않았죠.”



오랫동안의 방사선 치료로 후유증을 얻었고, 한국에 가서 치료를 계속하던 중 여러 번의 위독한 상황을 맞았던 그녀가 세번 째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는 정말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버텼고, 결국 일반 병실로 오는 기적적인 순간을 맞았다는 것.
“그 와중에 제가 계속 생각한 것은 뭐든 해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재봉틀에 재미를 붙이던 때여서 머릿 속으로 계속 무엇을 만들어볼까,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했죠.”

병실 침대에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일초 베개커버’다. 베개커버를 바꾸면서 한번이라도 약간의 귀찮음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만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일초 베개커버는 디자인과 명칭 모두 특허를 취득한 상태. 베개 솜을 굳이 빼고 또 힘들여 넣을 필요없이 지퍼로 단 일초만에 벗기고 또 끼우는 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손재주만 가진 것이 아니라 신선한 사고방식, 창의성까지 모두 갖춘 타고난 열정가다.

“아파서 갑자기 그렇게 된 건 아니예요. 학생 때부터 뭐든 하고싶다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었어요. 싫증을 잘 내는 것을 주변에서 저의 단점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싫증을 내는 것이 다른 일을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해서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열심히 살았었고 하루도 허투루 그냥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 근무했던 것 뿐 아니라 일본 캐릭터 소품샵을 운영하고, 푸드트럭 포장마차 사장도 해봤으며 캐나다 어학연수, 방송작가 등 섭렵했던 분야만 해도 수십 가지. 그 열정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사람은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실존한다는 느낌.



누구보다 건강을 우선하는 사람이라 꼬모도 공방에서는 원단의 품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광목수건, 테이블보, 베개커버 모두 세균이 덜 생기도록 빨리 마르며 먼지도 나지 않는 원단을 사용해 구입한 사람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다고.
또 파티 플래너로서 즐거운 파티를 기획하고, 테이크루트와 협엽해서 풍선클래스도 진행하면서 일대일 강습도 하고 있다.

계획을 묻자, ‘뭐든 오래 해서 주변 사람들, 특히 남편을 놀라게 하고 싶다. 하지만 또 모른다. 어떤 일을 벌일지는’ 이라며 활짝 웃는다. 임상시험 중인 약으로 치료 중이어서 간혹 컨디션이 나빠지는 때 말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에너지와 좋은 정보,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특유의 활기가 참으로 특별하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미덕이고 응당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김성은 씨.
‘하고재비’란 말이 있다. 경상도에서 무엇이든 안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사투리 톤으로 읽어야 제맛이 나는 이 단어로 그녀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김성은 씨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여러 우물을 열심히 파면서도, 한 우물만 판 사람들 못지않게 무엇이든 실현해내고야 마는 진정한 ‘하고재비’ 였다. 

글/ 한혜정
사진/ 꼬모도공방(인스타그램 @comodo.jenny) 일리일리파티(@illilli-part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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