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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퀼트 앤 텍스타일 박물관의 Quilt Nationa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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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이라도 끝나지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산호세 퀼트 앤 텍스타일 박물관의 Quilt National ‘21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이즈음, 뒤돌아보자면 누구에게나 COVID-19 팬데믹이 남긴 것들이 있다. 상실로 인해 생긴 커다란 구멍을 메우고 있는 사람도 있고,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로 새롭게 눈을 떠 삶이 달라졌다는 이도 있다.



산호세 퀼트 앤 텍스타일 박물관 San Jose Museum of Quilt & Textile에서는 그 시간 동안  개인적인 체험들을 퀼트 안에 담아내어 공유하고자 하는 퀼트 예술가들의 <Quilt National ‘21> 전시가 4월 16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 고립되고 견뎌야했던 시간들이 조각으로 이어 붙여지고 바느질 땀으로 표현돼 있어 마치 작가와 우리 사이가 기다란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전시다.

퀼트, 하면 대부분 약간은 고리타분한 느낌의 이불 등을 떠올리지만 이곳 박물관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보자니 표현방식만 바느질일뿐 여늬 미술관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작품활동이라는 것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이 퀼트로 표현해 낸 펜데믹을 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처음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아 작가 이름을 확인하게 한 질 젠슨Jii Jenson 의 ‘Same Storm, Different Boat’ 에선 폭풍을 만나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은 배들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셧다운을 앞두고 저마다 ‘우리는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고 외쳐댔지만 알고보면 인종, 성별, 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모두 각각 다른 배에 타고 있었음을 실감했던 지나간 몇 년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 옆의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작품은 알리시아 머렛 Alicia Merrett 이 말해주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과 6피트 이상 떨어져 있어도 누가 위험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불안한 감정을 보색을 써서 표현해 낸 것. 이불 속에 반쯤 가려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숨어 있어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던 그 때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또 이 전염병의 정체를 잘 알지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팬데믹 초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퀼트 가득 일일이 손으로 써 넣은 글들이 간절함을 더하는 수잔 시에 Susan Shie 의 작품은 그들의 마음을 그려냈다. COVID-19으로 세상을 떠난 존 프린과 애니 글렌의 모습, 그 시간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빼곡한데 특히 우주인과 오하이오 상원의원이었던 존 글렌의 아내, 애니 글렌이 우주복을 입은 남편을 품 안에 안고 있는 모습은 서로를 보듬었던 둘의 관계를 떠올리게 해 마음을 아리게 한다.


팬데믹 초기 여러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 중 화장지 품귀 현상도 있었다. 린다 킴 Linda M Kim은 세상 어디서도 초라한 모습이었던 화장지가 몇 주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귀하신 몸이 되었을 때, 그 이면에 있었던 두려움과 광란에 주목했다. 마치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는 그 때를 겪으며 작가는 화장지 심과 스테이플로 혁신적인 퀼트 작품을 만들었다.

이처럼 산호세 퀼트앤 텍스타일 박물관에는 일반적인 관념을 뛰어넘는 아주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사실 이곳은 미국 내에서 퀼트와 직물에 촛점을 둔 박물관으로서 최초다. 산타클라라 밸리 퀼트 협회 회원들이 1977년 박물관을 만들고 지금 이 위치에 새로 옮겨온 것이 2005년이며, 매년 만 이천 명 정도가 방문하는 꽤 알찬 박물관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곳은 산호세 다운타운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SoFA 지역의 한가운데다. 예술, 문화,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릭트라 불리는 SoFA는 산호세 컨벤션센터 바로 뒤에 자리하며 까페, 수제맥주 바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거나 어슬렁거리며 갤러리들을 구경하기 맞춤인 장소이니 더더욱 좋다.

또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SoFA Pocket Park. 8개의 벽화와 작은 정원이 도심 한 복판에서의 뜻밖의 휴식을 주는 곳이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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