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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 비밀을 지켜나가는, 토마스 포가티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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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 비밀을 지켜나가는,
토마스 포가티 와이너리

 

엄청나게 꼬불거리는 길이라는 걸 미리 알았는데도, 생각보다 험난한 길이었다. 방심할 틈 없이 긴장상태로 올라가며 ‘아니 이렇게 높은 데 포도밭을 만들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 ‘높다’라는 것때문에 이 산타크루즈의 와이너리는 특별함을 가진다. ‘산타크루즈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잘 지켜지는 비밀’ 이라고 와인평론가 안토니오 갈로니가 말했다더니 이 깊고 외진 곳에 있는 포도밭은 해발 2000피트가 넘는 고지대에서 더없이 서늘하고 또 낮에는 강한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쬔다. 포도는 오래도록 시원한 기후 아래서 익어 가고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는 산타크루즈의 비밀스런 맛을 품게 되는 것이다.

도착 후 한 모금의 와인은 험난했던 지난 몇십분 간의 여정을 싹 잊게 한다. 토마스 포가티의 마법인가.
하기사 그는 심장혈관 의사로서 그당시 마법에 가까운 수술방법을 고안해낸 사람이기도 하다. 혈전치료에 획기적인 혁명을 일으킨 ‘풍선 카테터(Baloon Catheter)’를 만든 사람이 바로 와인에 써 있는 이름, 토마스 포가티다.

 
<토마스 포가티가 만든 벌룬카테터와 와인>

와인에도 혁명의 바람을 불게 한 것인지 테이스팅 메뉴 또한 범상치않다. 첫번째부터 세번째까지가 다 피노누아. 그리고 네번째 다섯번째는 샤도네이. 순서가 바뀌었나 싶고 이 와이너리엔 오로지 두 종류의 포도만 재배하나 싶었지만, 마치 레몬처럼 산도가 높은 샤도네이를 먼저 마시게 되면 피노누아의 딸기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것이라는 배려깊은 설명이 돌아왔다. 왠지 끄덕이게 되는 이 설명에 토마스 포가티만의 약간의 고집스러움도 배어나오는듯 했다.
다른 테이스팅 옵션은 ‘렉싱턴 Lexington’이란 이름으로 화이트와인부터 레드블렌드가 다 포함된 리스트도 있으니, 골고루 맛보고 싶다 할 경우엔 렉싱턴을 선택할 것.

피노누아를 세번 마시지만, 역시나 포도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맛과 향을 보여주는 와인은 그래서 참 재미있다. 특히 포도밭의 앞부분은 바람에 쓸리고 뒷부분은 습기 이슈가 있어 2012년 완전히 포도밭을 갈아엎고 방향을 바꾸어 다시 피노누아를 심었다는 2018 피노누아 Windy Hill Vineyard는 포도알 하나하나에 닿았을 바람의 상쾌함이 묻어있는듯 해서 꽤 매력적인 맛이었다.

이 와이너리는 토양에 따라 윈디힐, 레이저백, 랭리힐 등 8개의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타크루즈 포도밭 중에서도 가장 서늘한 기후에 속하는 땅이라고 한다. 게다가 모두 산악지형이라 결국 일일이 사람의 세심한 손길이 포도에 머물러야 수확이 된다.
스탠포드 심장외과 의사였던 토마스 포가티가 처음 이곳에 땅을 산 이후 유기농으로 줄곧 재배되고 있으며, 가장 좋은 와인은 ‘살아있는 땅’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꺾지 않고 있는 곳이다.

 
<실내 테이스팅 룸>

실내 테이스팅 장소에서도 보이는 전망은 더할나위없이 멋지고, 실외 테이스팅 장소는 주차장 옆이긴 해도 산타크루즈의 신선한 바람이 와인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그리고 이 와이너리의 백미는 전망. 실리콘밸리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결혼식이 많이 열리는 정원은 푸른 잔디에 만발한 꽃이 아름답고, 계단을 내려가며 만나는 풍경은 꼬불거리는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게 할 정도다.

 

토마스 포가티가 선사하는 산타크루즈의 하루엔 일상의 고도 밖에서 느끼는 포도밭, 햇볕, 바람 그리고 와인의 절묘한 조화가 평화롭게 펼쳐진다.

주소: 19501 Skyline Blvd, Woodside, CA 94062

글,사진/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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