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Steinbeck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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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의 아이콘, 존 스타인벡을 만나다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Steinbeck Center
안개낀 오전, 101 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마치 물로 행위예술을 하는듯 거대한 스크링클러가 끝없이 보이는 곳이 있다. 미국의 샐러드 볼이라 불릴 정도로 채소를 많이 생산하는 살리나스 Salinas, 검붉은 색의 비옥한 땅에 초록의 물결이 일렁이는 곳이다.
미국인들의 세익스피어, 미국인들의 자랑이라는 존 스타인벡이 바로 이곳 출신이다. 살리나스로부터의 영감을 여러 소설을 통해 그려낸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듯, 살리나스에 위치한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는 단일 작가의 기념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걸어서 10분 거리인 그의 생가도 국가 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스타인벡 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에덴의 동쪽>에 등장한 모델 T 포드 자동차가 보이고 이 영화에 나와 순식간에 이름을 알린 제임스 딘의 모습이 계속 상영되고 있어 반가운 느낌마저 든다. 또 평생을 따라다닌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 라는 꼬리표가 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따뜻하고 구체적이었던 마음이었음을 기념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를 작가로 성장하게 만든 건 그의 어머니였다고. 기념관 한 켠에 재현된 그의 어릴 적 방에서 그가 읽었던 책과 글씨는 참 정겹다. 스탠포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듣고싶은 과목만 선택하며 삐딱선을 타다가 결국 중퇴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기자로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멋대로 쓴 기사때문에 해고된 후 막노동을 하며 살다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왔고 본격적인 작가로 살게 되었다는 것. <생쥐와 인간>에서 가난한 두 노동자들의 소박한 우정과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잘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작품 <분노의 포도>(로스가토스의 집에서 집필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참혹한 미국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에서는 불온소설이라며 판매가 금지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지만, 이 작품은 그가 노벨상을 받게 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기념관에는 <통조림공장 골목>의 첫 문장에 쓰인 ‘Lee Chong’ 가게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이 제목으로 거리의 이름을 붙인 몬트레이의 통조림공장이 있던 길도 만들어 놓아 책을 읽고 난 후 방문하면 소설 안으로 입장한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스타인벡이 노후에 직접 설계해서 애견 찰리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을 했던 캠핑카, ‘로시난테’도 있다.
작가로서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끝이 나게 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했던 그의 소설에 불만을 가진 보수매체들이 노벨상 자격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게 한 이 현실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고, 고향 살리나스로 돌아와 외가인 해밀턴가의 묘역에서 영원한 잠이 들었다 .
책을 읽은 것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전시였다. 영화와 소설을 낭독하는 필름이 계속 상영되고 있어 지루하지도 않다.
어쩌면 시대를 꿰뚫고 있었던 아니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며 시대정신을 온전히 글로 구현한 존 스타인벡. 옆동네 출신이라는 친근함을 더해 다시한번 그의 책을 손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곳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글,사진/ 한혜정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Steinbeck Center
안개낀 오전, 101 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마치 물로 행위예술을 하는듯 거대한 스크링클러가 끝없이 보이는 곳이 있다. 미국의 샐러드 볼이라 불릴 정도로 채소를 많이 생산하는 살리나스 Salinas, 검붉은 색의 비옥한 땅에 초록의 물결이 일렁이는 곳이다.
미국인들의 세익스피어, 미국인들의 자랑이라는 존 스타인벡이 바로 이곳 출신이다. 살리나스로부터의 영감을 여러 소설을 통해 그려낸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듯, 살리나스에 위치한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는 단일 작가의 기념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걸어서 10분 거리인 그의 생가도 국가 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스타인벡 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에덴의 동쪽>에 등장한 모델 T 포드 자동차가 보이고 이 영화에 나와 순식간에 이름을 알린 제임스 딘의 모습이 계속 상영되고 있어 반가운 느낌마저 든다. 또 평생을 따라다닌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 라는 꼬리표가 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따뜻하고 구체적이었던 마음이었음을 기념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를 작가로 성장하게 만든 건 그의 어머니였다고. 기념관 한 켠에 재현된 그의 어릴 적 방에서 그가 읽었던 책과 글씨는 참 정겹다. 스탠포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듣고싶은 과목만 선택하며 삐딱선을 타다가 결국 중퇴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기자로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멋대로 쓴 기사때문에 해고된 후 막노동을 하며 살다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왔고 본격적인 작가로 살게 되었다는 것. <생쥐와 인간>에서 가난한 두 노동자들의 소박한 우정과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잘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작품 <분노의 포도>(로스가토스의 집에서 집필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참혹한 미국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에서는 불온소설이라며 판매가 금지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지만, 이 작품은 그가 노벨상을 받게 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기념관에는 <통조림공장 골목>의 첫 문장에 쓰인 ‘Lee Chong’ 가게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이 제목으로 거리의 이름을 붙인 몬트레이의 통조림공장이 있던 길도 만들어 놓아 책을 읽고 난 후 방문하면 소설 안으로 입장한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스타인벡이 노후에 직접 설계해서 애견 찰리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을 했던 캠핑카, ‘로시난테’도 있다.
작가로서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끝이 나게 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했던 그의 소설에 불만을 가진 보수매체들이 노벨상 자격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게 한 이 현실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고, 고향 살리나스로 돌아와 외가인 해밀턴가의 묘역에서 영원한 잠이 들었다 .
책을 읽은 것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전시였다. 영화와 소설을 낭독하는 필름이 계속 상영되고 있어 지루하지도 않다.
어쩌면 시대를 꿰뚫고 있었던 아니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며 시대정신을 온전히 글로 구현한 존 스타인벡. 옆동네 출신이라는 친근함을 더해 다시한번 그의 책을 손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곳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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