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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안에 예술이 있다, Lovers’ 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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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안에 예술이 있다
Lovers’ Lane

 

프레시디오 입구 빽빽한 유칼립투스 나무 숲 안에 아주 예쁜 이름을 가진 작은 트레일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 숲의 요정이 살짝 살짝 나타날 것 같은 곳이다. 러버스 레인 Lovers’ Lane.

 

1마일이 채 안되는 짧은 트레일이지만 프레시디오에서 가장 오래된 오솔길이기도 하다. 18세기 군사지역이었던 이곳에서 스페인 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프레시디오 게이트에서 메인 포스트(금문교가 보이는 잔디밭), 미션 돌로레스까지 지름길로 오가며 설레임 가득한 발자국들로 오솔길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일까, 왠지 은밀한 분위기가 있다. Lovers’ Lane이란 표지판을 보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딴세상이 펼쳐지는듯 하다. 소인국에 입장한 것처럼 사람들이 일시에 작아 보이게 하는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은은하게 풍기는 유칼립투스 향기에 편백나무, 소나무 등이 줄지어 있고 야생 블랙베리도 보인다. 약간은 오르막이 있지만 걷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 한편에 놓여진 지그재그로 놓여진 나무 둥치를 보자면 누구나 두 팔을 벌리고 발을 교차시키며 조심조심 걷게 된다. 누군가가 그저 무심히 놓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영국의 예술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앤디 골즈워시 Andy Goldsworthy의 작품 ‘우드라인 Wood Line’ 이다.

 

원래 편백나무들이 심어져 있던 이곳에서 어느 순간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었고 앤디 골즈워시가 나무가 없어진 공간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재료는 공원 프로젝트에서 나온 유칼립투스 둥치이며, 벌목된 나무 둥치가 끝에서 끝까지 구불거리는 모양새로 늘어져 있다.
나무가 없어진 곳에 다른 나무들이 채워져 공간이 완성되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작품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자연 한 가운데에서 소멸돼버릴 작품을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한 것, 예술가의 이 멋진 아이디어는 러버스레인을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프레시디오에 있는 앤디 골즈워시의 또 다른 작품 ‘Spire’는 첨탑 모양으로 위를 쳐다 보도록 한 것에 비해, ‘Wood Line’은 아래를 보게 한 것도 환경 운동가인 이 예술가의 마음을 짐작하게 했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환경은 하늘과 땅, 그리고 나무라는 사실을 듣기 좋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러버스레인은 이름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사진을 남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어디에서 찍든 만족할만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인공적인 놀잇감 없이도 예술작품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즐거이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이지는 않아도 숲의 요정들이 그 즐거움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는 중일지도 모른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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