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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시집 : 동행p38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낙엽 위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천제(天祭)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지면꽃 창간호(시마을 작가시회 2015)발표

*동양일보 지면(아침을 여는시)에 발표(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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