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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2 / 성백군

                      시집 : 동핸p66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오기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실직자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한솔문학 창간호 발표(2019 6)

*시산맥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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