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투자 이야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신기하다.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말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게 되고 저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부정적인 마음의 비중이 높은 사람은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에 집중하고 위험한 일이 생길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마음의 비중이 높은 사람은 조금이라도 좋아질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쁜 일에서 새겨야 할 교훈을 찾거나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언젠가 다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기질적 차이는 인류의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혹독하고 거친 환경에서 사피엔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존과 번식이 중요했다. 인류는 이러한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도주 혹은 싸움 반응’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이러한 위험 회피 본능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종의 마음의 작동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부정적 기질이 너무 큰 사람은 의심과 걱정이 많고 늘 고민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 불행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일이 틀어지거나 잘못될 가능성에 대해 저절로 생각이 확장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성향이 된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서 기존의 질서를 흔들거나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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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기질이 강한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이들은 위험 요소 보다는 보상 요소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했던 초기 인류의 경우 당장 한 달 뒤에 살아 있을지 아니면 맹수의 먹이가 되거나 이웃 부족과의 전쟁으로 죽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초기 인류가 부정적인 마음에만 사로 잡혔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야생 동물의 습성을 꼼꼼히 관찰하며 며칠을 이동해서 사냥에 성공하면 가족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지금은 힘들고 죽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고비를 넘기면 더 많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또한 무리 중에 용기 있는 리더로 나서서 위험을 감수하고 큰 사냥에 성공한다면 알파 수컷이라는 지위와 함께 더 많은 번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긍정적인 기질이 강한 사람은 이러한 특징으로 위험 요소를 평가 절하하기 쉽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험에 노출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의 질서를 따르기 보다는 변화를 좋아하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다. 또한 운 좋게 성공한 경우에도 자신의 실력 때문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높고 감당할 수 없는 큰 실패를 맛보기 전까지 위험한 선택을 반복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은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과 기질은 투자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리스크와 위험을 회피하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 현금만 들고 있게 된다. 조만간 큰 폭락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고 나에게 찾아올 위기를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지속적인 경제적 성장을 믿으며 그 주인공이 되는 기업들의 발전을 살펴본다. 수많은 위기들을 이겨내고 다시 찾아올 성장을 예상한다. 다만 긍정적인 마음에 욕심이 더해지면 위험 요소를 바라보지 못하고 거품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이 두가지 마음이 적절히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훌륭한 기업들의 성장에 대한 믿음과 함께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본질적인 기질을 알아야 하고 나에게 맞는 투자 원칙과 함께 나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아야 한다. 투자의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토록 신비스러운 마음은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것일까 아니면 태어난 이후 경험과 학습에 의해 주로 좌우되는 것일까. 학습에 대한 뇌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두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태어나면서 완전히 백지 상태가 아닌 어느 정도 기질적인 특징이나 성향에 해당되는 밑그림과 전체적인 색깔 톤은 그려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뇌가 빠르게 성장하는 유아기와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청소년기의 경험과 학습이 매우 중요한데 동일한 학습과 경험을 하더라도 뇌의 다양한 부분이 연결되는 시냅스에 훨씬 큰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어떤 경험과 학습을 하는가에 따라 뇌는 계속 변화한다. 뇌의 시냅스를 마음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의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경험과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의 대가들이 끊임없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