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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살에 실리콘밸리로 간 워킹맘...열정이 번아웃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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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정김경숙 제공 )
정김경숙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구글코리아에서 12년 근무 후 본사에서 새도전

쉰살 이니까 하자!
정김경숙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지난 2019년 6월 세계 각국에 구글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는 직원이 본사에 모였다. 1년에 한번 있는 오프사이트(Offsite)라고 불리는 행사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전무는 이 행사 마지막날, 전세계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부사장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본사에 인터내셔널 리에종(Liasion), 즉 중계자 역할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미국에 있는 전세계 매체 특파원을 지원할 사람이다. 세계 구글 지사 커뮤니케이션팀과 본사 담당자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정김 구글코리아 전무가 나이 50살에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된 계기다.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글 본사에 새로운 자리로 만들어졌다.

구글은 3주 만에 정김 전무가 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새로운 역할(New roles)인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 리드(International Media Liaison Lead)'를 뽑는다고 공고했다.

정김 전무가 낸 아디디어가 실제 자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도전했다. 대한민국 평균 은퇴 나이 49.3세. 그는 남들이 은퇴를 이야기하는 시점에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이끄는 도전을 시작했다.

전무에서 '누글러(noogler)'로
정김 디렉터는 구글코리아에서는 전무라는 직함을 가졌다. 2007년 구글코리아에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으로 합류했다. 그는 구글코리아에서 익숙함을 버리고 2019년 미국 본사로 이동했다. 이른바, 구글 신입사원인 누글러가 됐다. 문자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는 인터내셔널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신생팀을 맡았다. 팀원은 없었다. 혼자 1인팀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본사에 적응이 막 시작될 때 재택근무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3년이 지나며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팀은 특파원 커뮤니케이션, 스토리텔링, 뉴미디어 등까지 담당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 범위가 3배나 늘었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루틴을 만들어라
정김 디렉터는 어떻게 열정 구글러로 15년을 살 수 있었을까. 그는 정해진 시간의 주인이 되는 미라클 루틴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첫 번째 원칙은 아침 시간 확보다. 눈을 뜨면 침대에서 지체하지 않고 일어나 운동이나 명상, 영어 공부 등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말했다. 아침에 단 5분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

두 번째 원칙은 지금 하는 일에 100% 몰두한다. 현대인은 멀티태스킹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밥 먹으면서 영상보고, 화상회의를 하며 다른 일을 처리한다. 그는 이렇게 일을 하면 100% 집중이 안된다. 지금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다시 찾는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원칙은 해야할 리스트 작성 대신 캘린더를 잡는다. 매일 해야 하는 업무와 예상 소요 시간을 캘린더에 모두 반영한다. 캘린더에 잡아두고 습관을 들이면 해당 일을 하는 시간이 확보된다. 또 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력이 높아진다.

네 번째 원칙은 일과 쉼을 하루나 한주 단위가 아닌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 1년 중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와 숨을 돌리는 시기의 루틴에 차이를 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생을 길게 보고 자기가 어떤 삶을 원하는 지 5년 단위로 큰 그림을 그리라고 조언했다. 삶의 주요 주기에 따리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호흡을 안배하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에서 번 아웃이 안되는 법은?
그는 구글에 입사했을 때 놀란 점은 '전직 스포츠 선수'였던 직원이 꽤있던 점을 꼽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있었다. 수영, 육상, 사격, 제조 등 다양한 종목의 전직 선수를 20여명이나 봤다. 이들은 구글캠퍼스 곳곳에서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운동했다.

정김 디렉터는 '체력이 실력'이라고 말했다. 번아웃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체력에서 나온다. 그는 "체력으로 못 할 일은 세상에 없다.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워라'고 말한다. 운동으로 다진 체력이 새로운 도전과 저돌적인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저변이 된다는 것.

그는 아침에 러닝 한 시간, 저녁에 러닝 한 시간, 주말엔 백팽킹을 떠나거나 검도와 수영을 한다. 20~30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운동에 투자한다. 그는 14년간 검도를 했고 물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50살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김 디렉터는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승부를 보는 건 단거리 스퍼트가 아니라 오래 버티는 저력이다. 체력이 있어야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는 천재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여유, 행동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물어보고 도전하는 모든 일의 전제는 '체력적 여유'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리더가 되려면? "연대를 만들어라"
정김 디렉터는 한시도 일을 손에서 뗀 적 없는 워킹맘이다. 직장생활 30년 내내 유리천장에 부딪히며 심리적 장벽과 싸웠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경쟁보다 연대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직장 생활 위기에 빠졌을 때 쿨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던 여성 롤모델에서 30대 후반 직장에서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는 여성 동료는 소중한 지지자가 됐다.

그는 "여성의 성공을 지탱하는 것은 여성들의 공고한 연대"라고 강조했다.

정김 디렉터가 롤모델로 삼은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일부러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비슷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여성 롤모델에 대한 공감 수준이 달랐다.

여성 롤모델이 본인에게 힘이 되듯이, 후배에게 이 같은 모델이 되려 노력한다. 롤모델을 찾는건 자신에게 끊임 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힘이 되는 동시에 가장 힘들게 하는게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커리어를 서포팅한 원동력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네 명의 절친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초반 한국릴리에서 만난 회사 동료들이다. 부서는 달랐지만 서로 도우며 직장생활의 서포터가 됐다.

정김 디렉터는 "서로의 성공을 견인하는 여자들의 연대를 만들어라. 경쟁보다는 함께 하는 일이 훨씬 쉽고 오래간다"고 말했다. 경쟁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동료를 찾으면 더 길고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고 조언한다.


일하는 엄마의 아이로 키워라
정김 디렉터 역시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지속했다. 그는 "엄마가 잘하려 하지말라. 일하는 엄마의 아이로 키우라"고 조언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완벽한 엄마가 되려 노력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엄마의 일을 인정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해주라는 것. 엄마가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면 집안의 다른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미리 엄마에게 연락한다는 원칙을 만든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하라는 말은 아니다. 엄마가 직장생활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아이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퀄리티 타임'이다. 짧더라도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인다.

아이랑 단 둘이 1박2일 정도 여행을 가는 식이다. 가족 여행이 아닌 엄마와 아이의 일대일 여행이다. 아이가 둘이라면 각각 한명씩 따로 여행한다. 그는 "지도를 펴놓고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을 찍게 했어요. 관광지도 아닌 아무곳도 없는 곳에 간 적도 있어요. 여행을 하면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짧지만 아이와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랑 같이하는 운동을 찾는 것도 좋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장치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가족일기를 권했다. 워킹맘은 아이와 이야기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는 매해 구글독스에 가족 일기 문서를 만들고 모두 함께 그곳에 일기를 썼다. 가족의 소소한 역사가 계속 기록되는 셈이다.
최고령 구글러를 넘어 스타트업 도우미 되고파
정김 디렉터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이미 구글 최고령 라인이지만 그동안 해보지 못한 제품 커뮤니케이션을 해보고 싶다. 미국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물공포증이 있었다. 어릴적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미국 구글 캠퍼스에 온 후 수영 레슨을 시작했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공포증을 없애는 목적이었다. 정김 디렉터는 물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문제의 본질과 맞서 새로운 국면을 맞닥뜨렸다. 결국 수영을 할 수 있게 됐고 한시간 동안 쉬지 않고 랩수영을 하게 됐다. 그에게 새로운 도전 영역이 생겼다.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려는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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