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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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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저희 아버지는 밥상을 받으시고 젓가락을 허공에서 한바퀴 빙 돌리는 때가 있었습니다. 고기 반찬이 없으면 젓가락이 갈 데가 없다는 표현이셨죠.

아버지의 유전자를 과다하게 받은 저 역시 둘째가라면 서운할 육식인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많아집니다.
기후변화란 이슈가 나올 때면 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겠지 싶어 무덤덤했었는데 이제는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세대는 어디까지일까요. 임계점 바로 아래에 있는듯한, 이제는 찰랑거리는 물이 흘러 넘칠 것 같은 두려움이 다가오곤 합니다.

사람들이 그저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 만든 공장식 축산업 자체가 인간들에게 주는 폐해는 상상 이상입니다. 공장식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무자비하게 베어버리거나 태워버리는 숲의 나무들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고기를 먹지말자고 하면 조금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랍니다.

예전엔 채식주의자 하면 ‘까탈스럽거나 유난스러운 사람’ 의 이미지와 동일시되곤 했습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최근들어 ‘비거니즘’ 이란 단어는 그 범위가 꽤 넓혀져서 적극적 의미의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생활 전반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던가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동안은 왠지 엄격하게 지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비건들의 비장함탓에 채식을 하겠다는 결심에 주저함이 오래 깃들기도 했죠. 하지만 한 명의 완전한 채식주의자보다 불완전한 채식주의자 여러 명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답니다. 불완전한 실천이 비판받는 시대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아니면 하루에 한끼라도 채식을 하기위해 애써본다는 것, 여러 사람의 시작으로 불완전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시작은 ‘관성적인 식습관으로부터 멀어지기, 헤어질 결심’ 입니다.
가혹한 기준을 갖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별 생각없이 익숙한 것들만 먹던 것으로 부터 벗어나보기가 그 시작인 것이죠.
오늘부터 헤어질 결심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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