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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선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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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윤이는 진정한 집순이, 집순이계의 최강자였습니다. 이랬던 아이가 여행을 간다는 겁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오히려 룰루랄라 잘 지내는 것 같더니만, 집순이계의 최강자도 조금은 지루했었나 봅니다. 그러니 요즘 동네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다들 떠나고 있습니다. 드릉드릉 시동을 계속 걸고 있었던 것 마냥 떠나네요. 그동안 억눌릴 수 밖에 없었던 여행욕구가 이제 봇물터지듯 나오는 겁니다. ‘보복여행’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고서요.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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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https://youtu.be/-7u4Rgx0FRA }
투명한 수채화에서 나오는 묵직한 울림,
포스터 뮤지엄 Foster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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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숫자들이 있다. 1명의 아티스트, 1개의 물감박스, 1개의 이젤, 1개의 빠렛트, 18개의 붓, 39년, 19번의 여행, 546개의 그림, 18개의 주, 15개의 국가, 차 tea를 마시는 수천 시간, 그리고 셀 수 없는 발걸음. 탐험가이자 수채화가인 토니 포스터 Tony Foster를 묘사하는 숫자들이다.
유난히 눈에 띄는 숫자 ‘1’. 오로지 1개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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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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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서 80대 노인 8명이 ‘추억여행’이라는 주제로 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이 제공된 그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두가지 뿐. 첫 번째는 마치 지금이 20년 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생활할 것, 두 번째는 직접 집안일을 할 것이었습니다.
이 여덟 명의 노인은 20년 전의 영화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하고 지금 나이로 살지 않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점차 적응했고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것도 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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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의 걸음을 따라서 걷다
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at Stanfo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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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위치한 캔터 미술관과 비교되는 외관이었다. 누가 봐도 미술관이네, 할만한 캔터와 달리 앤더슨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 건물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그리고 건물에 들어가면 2층으로 향한 낮고 넓직한 계단이 우리를 맞는다.
서둘러 올라가지 말라는듯 계단 한 칸의 높이가 여느 것보다 낮아서 천천히 발걸음을 떼다보면 에아몬 오레-지론 Eamon Ore-Giron 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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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신인문학상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신재동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LA이방인’을 출간했다. 신재동 작가는 1970년 이민을 와 70세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2010년 72세로 은퇴 후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동안 ‘미국 문화의 충격적인 진실 35가지, ‘크루즈 여행 꼭 알아야 할 팁 28가지’ 과 장편소설 ‘소년은 알고싶다’ 등 꾸준히 저서를 내왔다. 또한 문학상과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은 뜻있는 단체에 기부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 소설집에는 단편소설 열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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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이 생전 사랑한 살리나스를 가다
내셔널 존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John Steinbeck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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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 나타나면서, 안개낀 오전엔 마치 물로 행위예술을 하는듯한 거대한 스프링클러가 줄지은 곳이 있다. 미국인이 소비하는 많은 양의 채소가 이곳에서 나온다는 살리나스 Salinas는 검붉은 색의 비옥함이 광대한 흙을 초록으로 덮어버리는 곳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세익스피어인 존 스타인벡, 그 역시 이곳에서 자라면서 받은 영감을 여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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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소리에 찬란한 감동이 흐르다
조성진 피아노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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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써야할 정도로 제법 굵은 빗줄기가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듯한 12월 8일 늦은 저녁, 버클리 Zellerbach Hall은 3층 객석까지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무대 한가운데 그랜드 피아노의 반짝이는 뚜껑에 비치는 현들이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사람들의 설레는 웅성거림은 등장을 알리는 암전과 함께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군데에 쏠리는 순간, 의외로 하얀 셔츠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낯익은 한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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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십자회 이집트 박물관
Rosicrucian Egyptian Museum
산호세에서 7,658마일 떨어져 있는 이집트. 직항 비행기는 있지도 않고, 두 번 경유하는 비행기를 탄다면 꼬박 하루 동안 날아가야만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먼 곳의 역사와 유물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산호세에 있다. 그것도 미국 서부에서 최대 규모로 이집트 유물을 보유한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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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은 장미십자회 이집트 박물관 Rosicrucian Egyptian Museum. 이집트와 장미십자회라니, 연관성이 완전히 제로이지 않을까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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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한끼를 만들다
푸드크리에이터, 고네뜨 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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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안에 꽃인가 하고 보면 만두고, 컵케잌인가 하고 보면 샐러드다. 유기그릇 위에 단아하게 놓여진 음식들은 한식이든 양식이든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유튜브 ‘고네뜨(gonet)’의 영상에선 분명 요리인데 마치 갤러리에서 미술작품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제가 가장 신경쓰는 건 ‘담음새’ 예요. 제가 하는 건 어렵지 않은 요리거든요. 하지만 담음새만큼은 특별하게 하려고 합니다.” 이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고네뜨’란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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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대를 산다는 행복감,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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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산호세 몽고메리 극장은 오로지 한 사람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객석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티켓이 오픈되던 날, 결사적인 클릭으로 3분만에 매진을 기록한 티켓팅 전쟁의 승리자들이다.
푸른 조명을 받으며 빛나고 있는 피아노 앞에 먼저 사회자가 나와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을 소개했다. “이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임윤찬 군은 시간이 남을 때 잠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는 말에 그렇지않아도 숨을 죽이고 기다리던 객석은 웃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