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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
본문
울 안, 호박순이 / 성백군
(시집 : 풀은 눕지 않는다. P55)
울 안 자갈밭에 심은 호박씨가
노란 주둥이로 막돌을 밀어내며
햇볕을 콕콕 쪼더니 몇 밤사이
두 팔을 활짝 펴고 햇빛을 마시고 있다
서랍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저 게
싹을 틔울까 싶지 않았는데
아내의 성화에 등 떠밀려 심었더니
물도 주게 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봐진다
산다는 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다시 시작하면 살아진다고
인생은 끝까지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갓 태어난 호박순이 세상을
덩굴손으로 더듬고 있다
허공이라도 쥐어보겠다는 용기가 가상하여
햇살이 돌돌 말리고 있다
243 – 03132007
*시산맥 카페회원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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